[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삼양사 등 국내 7개 주요 제분업체들이 6년간 밀가루 판매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2006년 제재 이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다시 내려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식품 원재료 가격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삼양사 등을 비롯한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기업간 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가격과 판매 물량을 반복적으로 합의한 혐의로 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심의 대상에는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도 포함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이 밀가루 판매 단가를 짬짜미하고 거래처별 물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작년 10월 조사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반 만이다. 이는 통상 300일 안팎이 소요되는 담합 사건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담당 과장을 포함한 5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집중 조사한 결과다.
이들 7개사의 2024년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심사관 측이 추산한 담합 영향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 규모다. 전원회의가 담합을 인정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실제 부과액은 전원회의가 인정하는 매출 범위와 리니언시 적용 여부, 가중·감경 사유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가격 재결정 명령 발동 여부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각 제분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 이는 담합으로 왜곡된 시장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다. 여기엔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 경쟁 질서를 신속히 회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2006년 제분업체 담합 사건에서도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약 5%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검찰 수사와도 맞물려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와 폭·시기 등을 합의한 혐의로 7개사 중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약 5조9천913억원이다. 통상 공정위가 조사 후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정위 조사 도중 검찰이 고발 요청을 하면서 절차가 병행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해당 법인과 임직원을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원회의 결론 이전에 공개 브리핑하는 이례적인 조치도 취했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해 사건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최근 전속고발제와 관련해 공정위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정부 내에서도 공정거래 사건의 수사·기소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제기된 바 있다.
밀가루는 제빵·제면·외식 산업 전반의 핵심 원재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결된다. 전원회의 판단과 가격 재결정 명령 여부에 따라 제분업계는 물론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의 최종 결론은 서면 의견 수렴과 증거 열람 절차를 거친 뒤 주병기 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원회의에서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