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고려아연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해 총 11조원을 투입하는 미국 현지 대규모 광물제련소 건설에 나섰다. 고려아연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는 미국 정부·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의 미국 전략광물 제련소 건설을 둘러싸고 최대주주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현 경영진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풍·MBK는 16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의결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 제련소 투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유상증자 방식과 절차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상법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상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세력에 유리한 지분 구조를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가 자금 조달 목적이라면 기존 주주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주주배정 방식이 타당함에도, 이를 배제한 채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한 점을 문제 삼고 나섰다. 영풍·MBK 측은 이미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지배력 유지를 염두에 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절차적 정당성도 핵심 쟁점이다. 영풍·MBK는 "약 1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와 재무적 부담이 수반되는 안건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이사회에서 일괄 처리됐다"며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및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해외 합작법인(JV) 구조와 향후 자금 조달 방식, 리스크 관리 방안 등에 대한 상세 검토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투자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와 미국·유럽 중심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 북미내 제련 거점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번 투자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국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 과정 역시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전 사전 설명 자료를 제공하고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장시간 토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또 제3자 배정 대상인 합작법인은 미국 정부 및 글로벌 파트너가 참여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단독 또는 특정 개인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려아연 측은 “JV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지분율 또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영풍·MBK와 고려아연 양측의 입장은 같은 사업을 두고도 시각차가 명확히 갈린다. 영풍·MBK는 주주가치와 지배구조 원칙을 내세워 법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과 산업 전략을 이유로 투자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