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해군용 원자력추진잠수함의 건조지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십야드(필리조선소)’를 직접 언급하면서 한미간 조선 협력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MASGA)의 실질적 시동을 의미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잠수함 건조 인프라와 기술력 측면에서는 국내 건조가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 정부와 조선업계는 3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고려할 때 국내 조선소에서 원자력잠수함 건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소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제작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필리조선소는 잠수함 건조 경험이나 관련 인프라가 없어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지목’한 배경에는 한미동맹 강화와 MASGA 펀드의 활용이라는 정치·경제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MASGA는 한미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로, 한국 정부가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중 일부를 배정한 기금이다. 이 펀드를 활용해 한화가 보유한 필리조선소에 투자할 경우 원자력잠수함 건조 비용을 분담하고, 동시에 미국내 군용 특수선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한화는 약 50억달러를 투입해 필리조선소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으로 확대하고, 군용 특수선용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 조선소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의 방산 인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통과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생산’을 강조하는 만큼, 한화가 현지 조선소를 활용해 잠수함을 공동 건조한다면 미국 해군 발주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숙련 기술자와 전문인력 확보도 필리조선소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필라델피아 인근에는 충분한 기술 인력풀이 존재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이 한국 기술진을 파견해 현지 교육을 병행하면 인력 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고려할 때, 필리조선소를 활용한 한미 공동 건조는 정치적 상징성과 산업적 시너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형 원자력잠수함을, 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각각 건조하는 ‘양국 병행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필리조선소 프로젝트는 단순한 잠수함 사업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원자력추진잠수함 산업 생태계에 본격 편입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조선소와 협력사들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확대돼 K-방산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