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추석 상비한약 무엇을 챙겨야 할까?..귀성길부터 아이들 복통까지

  • 등록 2025.09.1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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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따뜻한 시간인 동시에,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에 쉽게 노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차려진 풍성한 식탁, 장거리 이동, 환절기 날씨 변화는 모두 우리 몸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때일수록 작은 증상도 큰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정에서 미리 한방 상비약을 준비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고 자극적이다. 특히 전이나 고기류, 떡처럼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은 위장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평소보다 과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지면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 복부 팽만감이 생기기 쉬운데, 이런 증상은 방치할수록 소화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한방 처방이 평위산과 향사평위산이다. 위장의 기운을 안정시키고 음식물이 체내에서 원활히 움직이도록 도와준다. 체증이 심할 경우에는 소체환, 영신환 등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약물 복용 전에는 식사를 천천히 나눠 먹고, 식후에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생활습관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귀성길의 멀미 또한 명절 기간 자주 호소되는 증상 중 하나다. 차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면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이 심해지기 쉽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이동하면 아이들은 물론 성인도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반하사심탕이나 생강사심탕처럼 위장 내 습열을 조절하고 메스꺼움을 완화하는 처방이 활용된다. 한방에서는 멀미를 단순한 소화기 이상이 아닌 신체의 기 순환 문제로 보기도 한다. 곽향정기산은 멀미뿐 아니라 설사, 복통 등 소화기 복합 증상에 대응할 수 있어, 휴대용 상비한약으로 적합하다.

 

또한 추석은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와 겹쳐 감기나 몸살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고, 장거리 이동으로 피로가 누적되면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면서 감기 증상이 빠르게 번진다.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체질과 증상 양상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열감이 심하고 목이 아프다면 은교산, 뒷목이 뻣뻣하고 오한이 느껴진다면 갈근탕이 적합하다. 맑은 콧물, 재채기가 동반된다면 소청룡탕을 고려할 수 있다.

 

감기로 인한 기력 저하에는 쌍화탕이 기혈을 보하며, 기침이 길어지고 가래가 생기면 맥문동탕이 도움이 된다. 감기 증상은 비슷해 보여도 세부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증상별 구분이 중요하며, 단순히 감기약을 일률적으로 복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휴 동안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변수는 음주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와의 반가운 술자리는 즐겁지만, 과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과음 이후에는 갈증, 두통, 속 쓰림 등 숙취 증상이 뒤따른다. 이럴 땐 인진오령산이 몸속 수분 대사를 돕고 간 기능을 보조해 숙취 해소에 유용하게 쓰인다. 술자리 전에는 미리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음주 중에도 짠 음식보다는 담백한 안주를 선택하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는 뜨거운 국물이나 죽으로 위장을 달래는 것도 회복에 효과적이다.

 

아이들 역시 명절 기간 건강 관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낯선 장소, 익숙하지 않은 음식, 오랜 차량 이동 등은 어린이에게 신체적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특히 위장 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설사, 복통, 구토 등을 겪기 쉬운데, 이런 경우에는 곽향정기산이나 위령탕이 활용된다. 다만 아이들의 증상은 갑작스럽게 악화되기도 하므로, 상비한약으로도 개선되지 않거나 탈수 증상이 동반될 경우 지체 없이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추석 명절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가족의 건강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명절 특성상, 가정 내에 증상별로 적절한 상비한약을 구비해두는 것은 작은 대비지만 실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비약은 어디까지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1차적인 대응일 뿐이며, 증상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명절에는 사소한 증상도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큰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비한약은 미리 준비해두면 유용하지만,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개인의 체질을 고려한 복용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쉬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함소아한의원 평촌점 조백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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