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자폐스펙트럼 아동, 귀를 자주 막는 이유와 해결의 길

  • 등록 2025.08.26 13: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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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 아동을 키우는 부모라면 “왜 우리 아이는 귀를 자꾸 막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의 감각 처리와 불안 조절이 맞물려 나타나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청각 과민성이 가장 흔한 이유다. 자폐 아동에게 일상적인 소음은 종종 과도하게 증폭되어 들린다. 청소기 소리, 교실의 웅성거림, 지하철의 브레이크음은 그들에게는 날카롭고 괴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귀를 막는 행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대응인 셈이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소리에 대한 불안도 한몫한다. 문이 갑자기 닫히는 소리, 경적이나 사이렌처럼 불시에 터지는 소리는 불안을 증폭시키며, 아이는 소리 발생 전부터 미리 귀를 막는 습관을 갖게 된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혹시 또 들릴까’ 하는 불안의 그림자다.

 

셋째, 귀를 막는 행동은 자기조절(self-regulation)의 방식일 수 있다. 감각 과부하로 인해 집중이 무너지고 불안이 치솟는 순간, 아이는 귀를 막음으로써 자신을 진정시키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를 차단하는 압박감 자체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은 환경 조절이다. 소음 차단 헤드폰이나 귀마개는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가정과 학교에 아이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감각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 작은 소리부터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는 청각 탈감작 훈련은 내성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백색소음이나 음악치료 역시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귀를 막는 대신 “시끄러워요” 혹은 “쉬고 싶어요”라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가 어렵다면 그림카드나 제스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행동 조절을 넘어 사회적 소통 능력을 확장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 청력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하며, 작업치료(OT)나 감각통합치료는 청각 과민 완화에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불안이 심하다면 인지행동치료나 놀이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청각과민성과 불안조절력을 높이는데 시호가용골모려탕, 천왕보심단과 같은 처방을 진행하기도 한다.

 

결국, 자폐스펙트럼 아동이 귀를 막는 행위는 세상을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작은 방패이다. 부모와 교사는 이를 단순한 문제행동으로 보기보다 아이의 감각적·정서적 요구로 이해하고, 환경 조정과 훈련, 그리고 따뜻한 지지가 함께할 때 비로소 해결의 길이 열린다.

<브레인리더 한의원 설재현 원장>

최남주 기자 calltaxi@seoul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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