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vs DL, 여천NCC 자금지원 놓고 정면충돌…세무조사·거래가격 갈등 격화

  • 등록 2025.08.13 1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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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3위 석유화학사 여천NCC의 부도 위기를 두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자금지원 방식과 책임 분담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1,000억원대 과세 처분이 내려지며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입장문을 통해 “DL이 애매한 태도로 여론전을 벌이며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YNCC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불안이 커지는 만큼, 신속히 자금 지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화는 “국세청이 2019~2023년 YNCC와 한화·DL간 내부거래 전 품목을 조사한 결과, 96%가 DL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며 “특히 기존에 문제 삼지 않았던 품목에서도 36% 비중의 과세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와 DL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해 설립한 합작사다. 여천NCC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여천NCC는 한때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지만, 2022년 이후 중국발 저가 공세와 내수 침체로 적자가 고착화됐다. 올해 초 한화와 DL은 여천NCC에 각각 1,000억원씩 긴급 투입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주주간 이견이 불거졌다.

 

갈등의 핵심은 원료공급 계약과 거래가격 산정 방식이다. 양사의 공급계약은 지난해 말 만료됐다. 현재는 시장 시가에 따라 임시 거래를 진행중이다. 한화는 “계약 체결 시 정산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DL은 “한화가 시장가를 무시하고 이익을 취했다”고 반박한다. 가격 산정 방식도 평행선이다.

 

DL은 2006년 장기계약 당시 가격 방식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는 “에틸렌 호황기였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공급과잉 상황이므로 현 시황에 맞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C4R1 가격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진다. DL은 “시장 거래 품목이 아니므로 시장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화는 “시장가격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DL이 유리하게 임의 가격을 책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무 리스크도 양측의 대립을 키우고 있다. 국세청은 여천NCC에 총 1006억원을 추징했다. 이중 962억원(96%)이 DL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한화는 “DL 거래 구조와 직결된 사안이므로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DL과 동일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DL은 2007년 유사 사건의 무혐의 판례를 근거로 불복을 예고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는 ‘속도전’을, DL은 ‘조건부 지원’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중국발 저가 공세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원 시점을 놓치면 회복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남주 기자 calltaxi@seoul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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