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결성된 ‘4자 연합’의 내부 갈등이 600억원 규모 위약벌 소송으로 번진 가운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심에서 승소했다. 갈등은 한미사이언스가 160억원을 투자하려던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에서 불거졌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은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을 어겼다며 위약벌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1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 킬링턴유한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 만장일치였던 160억 투자안, 닷새 뒤 6대4로 뒤집혀=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처음 올라온 것은 지난해 6월 5일이다. 서울성모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시니어케어 사업에 160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이었다. 참석 이사 9명은 모두 찬성했다.
투자에는 서울성모병원의 사업 참여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후 구체적인 확약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나왔다. 투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와 추가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거론됐다. 닷새 뒤인 6월 10일 이사회가 다시 열렸다. 사업 참여를 재논의한 결과는 6대4 부결이었다. 한미사이언스는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이 4자 연합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주요 경영 사안에서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했는데 신 회장이 앞서 합의한 사업에 반대해 투자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킬링턴은 주주간 계약에 적시된 위약벌 600억원을 청구했다.
신 회장 측은 첫 이사회에서 160억원 투자를 확정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서울성모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었고, 실제 협력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사업 참여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6월 5일 이사회 결의를 조건부 승인으로 봤다. 조건이 충족됐는지 확인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는 후속 논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6월 10일 투자안을 다시 다룬 것을 별개의 새로운 안건을 올린 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투자안 부결에도 위약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양측이 시니어케어 사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인정됐다. 하지만 실제 16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적인 합의를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신 회장 측은 판결 뒤 “처음부터 사실관계와 법리는 분명했다. 예상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 경영권 분쟁서 손잡았던 4자 연합, 이제는 서로 위약벌 다툼=송 회장 측과 신 회장이 손을 잡은 것은 2024년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때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에 맞서 ‘4자 연합’을 꾸렸다.
네 주주는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고 주요 경영 사안도 공동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약정을 어겼을 때 위약벌을 지급하는 조항도 계약에 담았다.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이해관계가 같았지만 이후 사업 투자와 자금 조달 등 개별 현안을 놓고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을 둘러싼 충돌은 결국 법정까지 이어졌다.
신 회장 측은 시니어케어 사업의 투자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투자를 주도한 폴캐피탈코리아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9.8%를 가진 킬링턴의 핵심 출자자다. 킬링턴의 업무집행자인 라데팡스파트너스 김남규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투자 이해관계와 주주·이사 지위가 맞물려 있는 만큼 사업의 경제성과 투자 절차가 충분히 검증됐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해상충 여부는 이번 재판의 판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은 신 회장이 투자안을 재논의하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주주간 계약을 어긴 것인지를 다뤘다.
양측 사이에는 별도의 법적 다툼도 남아 있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거래 과정에서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별도의 위약벌 채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법원은 신 회장이 신청한 임 부회장 보유 한미사이언스 주식 일부에 대한 가압류를 받아들였다.
한미그룹은 대주주 간 다툼과 회사 경영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김재교 대표이사, 한미약품은 황상연 대표이사가 각각 경영을 맡고 있다. 그룹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미 구축한 만큼 4자 연합의 법정 공방이 회사 사업과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160억원 투자안에서 비롯된 600억원 위약벌 소송에서는 신 회장이 1심에서 승소했지만 4자 연합 당사자 사이의 다른 법적 다툼은 아직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