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최근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석부회장 승진과 자사주 매입, 해외 현장경영 등을 통해 책임경영과 미래 사업 전략을 잇달아 제시했다. 경영체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모빌리티, 청정에너지 등 핵심 분야를 직접 살피고 주요 경영 현안에도 적극 대응하며 시장 신뢰 확보에 나섰다. 기업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고 미래 사업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공통된 흐름을 보였다.
이번 주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 수석부회장은 1일 부회장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역할과 위상이 한층 확대됐다. 김 수석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을 시작으로 한화큐셀과 한화솔루션 등을 이끌며 주요 사업을 성장시켰고, 지난해 ㈜한화 지분 재편을 통해 경영 기반도 다졌다. 이번 승진으로 방산과 조선,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이 더욱 뚜렷해졌다. 김 수석부회장은 향후 미국 필리조선소 투자와 우주·국방 AI, 한화솔루션 사업 고도화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개인 명의로 처음 SK하이닉스 주식을 개인자격 최대치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지난 30일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약 47억9000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그룹 총수가 직접 자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기업가치와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 전달한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최 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주당 132만2000원이던 SK하이닉스 주식은 이튼날 29.95% 오른 171만8000원으로 치솟았다.
삼성전자에서도 책임경영 행보가 이어졌다. 노태문 DX부문장은 삼성전자 주식 3045주를 약 7억원에 추가 매입해 보유 주식을 12만4280주로 늘렸다. 보유 지분 평가액은 약 326억원이다. 이번 매입은 주가 조정 국면에서도 HBM과 파운드리 사업 회복 가능성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이재명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참한 대기업 총수들의 글로벌 현장경영 움직임도 분주했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비공개 행사 '구글 캠프'에 참석해 세계 주요 기술기업 경영진과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차세대 컴퓨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주요 기술기업 CEO들과 만나 AI 공급망과 반도체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등 글로벌 협력 기반을 넓혀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브라질 생산공장과 중남미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생산과 연구개발 현황을 직접 살폈다. 연구개발센터에서는 파워트레인 현지화와 기술 역량 제고를 주문했고, 생산공장에서는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차는 브라질을 중남미 전략 거점으로 삼아 FFV와 SUV 판매 확대, 소형 전기차 현지 생산, FFV 기반 하이브리드 개발, 수소 모빌리티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핵심광물과 청정에너지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칠레의 광물과 재생에너지 자원, 한국의 제련·배터리·수소 기술을 결합하면 안정적인 공급망과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BESS), 그린수소 사업과 희소금속 회수 공정 구축 등을 추진하며 미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등 국내외에서 경영행보를 보인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셩취게임즈와 '아이온2'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공개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창업자가 직접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엔씨소프트는 중국 현지화 전략과 함께 북미·유럽·일본 시장 진출도 병행할 계획이다.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이 31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6 LCK 팀 로드쇼 젠지 홈 스탠드'를 찾아 e스포츠 마케팅 현장을 점검했다. 오뚜기는 젠지와 협업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베트남에서도 선수단과 제품을 연계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31일자 한 언론의 보도로 주목을 받은 경우다. 시사저널이 이날 송 회장 일가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하자 한미약품 측이 사실관계가 왜곡된 기사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약품은 명품관 결제는 명절 선물과 추모행사 답례품 구입 비용이고, 병원 이용도 임원 복지에 따른 진료였다고 설명했다. 해외출장과 차량·골프·콘도 회원권 역시 업무 목적이었으며, 보도에 사용된 자료는 사후 정산과 결제 취소 내역이 빠진 불완전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자료 무단 반출과 명예훼손 등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이번 주 재계 CEO들은 승진을 통한 경영체제 정비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경영, 글로벌 현장경영, 미래 사업 점검, 경영 현안 대응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과 조직에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방산,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현장 중심 경영이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한 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