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한화의 차기 경영을 이끌 중심축으로 후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 자리매김했다. 수석부회장 승진과 지배력 확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맞물리면서 차기 경영체제는 사실상 한화그룹이 김동관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는 사실상 큰 틀에서 마무리됐고 시장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승계가 아니라 성과다. 방산과 조선, 우주항공, 에너지 등 미래 사업을 안정적인 성장으로 연결하고 대규모 투자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향후 김 수석부회장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30일 김동관 부회장을 8월 1일자로 수석부회장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그룹 수석부회장직은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2024년 물러난 이후 약 2년간 공석이었다. 김 수석부회장은 2022년 부회장 승진 이후 약 4년 만에 그룹 전략과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같은 날 김 수석부회장의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 3세 책임경영 체제도 한층 뚜렷해졌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지배구조 개편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보유 중인 ㈜한화 지분 일부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고, 김 수석부회장은 올해 5월 기준 ㈜한화 지분 10.38%를 확보했다. 여기에 ㈜한화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직접 지분과 간접 지배력을 함께 갖추게 됐다. 이는 경영권 승계뿐 아니라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책임지는 위치가 한층 명확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는 8월 1일 시행되는 ㈜한화 인적분할도 김 수석부회장의 역할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방산·조선·에너지·금융을 담당하는 존속법인과 테크·라이프 사업을 맡는 신설법인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그는 방산과 조선, 우주항공, 에너지 사업을 계속 총괄한다.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을, 김동선 사장은 유통·레저·테크를 맡아 역할을 나누지만 그룹의 미래 전략은 김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체제가 자리 잡게 됐다.
김 수석부회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큐셀과 한화솔루션을 거치며 태양광 사업을 이끌었다. 이후 방산과 조선, 우주항공으로 경영 영역을 넓히며 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신재생에너지에서 축적한 경험을 방산과 조선, 우주 분야로 확장하며 사업 간 시너지를 모색한 점은 그의 경영 행보를 보여주는 특징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김 수석부회장의 강점으로 글로벌 감각과 현장 중심의 리더십을 꼽는다.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의 미팅에서 통역 없이 직접 협상을 진행할 정도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해외 사업에서도 직접 의사결정과 협상을 이끌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시장 변화와 산업 흐름을 빠르게 읽고 이를 투자와 사업 전략에 반영하는 판단력도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수행원 없이 현장을 찾거나 직접 교통편을 이용해 출장에 나서는 등 형식보다 실무를 중시하는 행보 역시 그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업 성과는 이번 승진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다. 김 수석부회장은 한화오션 인수 이후 조선 사업 정상화와 글로벌 방산 사업 확대를 주도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을 연결해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를 구축했고,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의 해외 시장 확대에도 힘을 실었다. 조선과 방산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는 동시에 미래 산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한화의 성장 방향을 새롭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어 추가 투자를 추진하며 현지 생산 기반 확대와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조선 사업은 방산과 조선을 연결하는 글로벌 전략을 현실화하는 첫 무대이자 김동관 체제의 경쟁력을 가늠할 사업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오는 2040년까지 55조원을 투자해 발사체와 위성망, 국방 AI를 연계한 통합 우주 인프라 구축도 추진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에너지 사업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화솔루션의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회복은 미래 투자와 기존 사업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방산과 조선에서 확보한 성장 기반을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김 수석부회장에게 요구되는 다음 과제다.
김 수석부회장은 이제 '후계자'라는 상징보다 경영 성과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는 방산과 조선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주항공과 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키는 실행력이 그의 리더십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김동관 시대'의 경쟁력은 승계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될 것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