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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SK하이닉스 10년 합의도 1년 만에 재협상…자사주 지급안 놓고 노사 이견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노사 넘어 '초과이익 배분' 새 기준 제시
삼성전자 이어 자동차·조선·IT 확산…성과보상 체계 전환 본격화
정부·주주까지 논쟁 가세…초과이익 배분 원칙 재정립 시험대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가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성과급 제도가 1년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는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가 주요 의제로 예상됐지만, SK하이닉스가 새로운 지급 방식을 제시하면서 초과이익분배금(PS)이 협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이어지는 데다 주주단체의 형사 고발과 정부의 제도 검토까지 맞물리면서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배분 절차를 둘러싼 논의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 노조와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 21일 각각 사측과 집중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14일 열린 3차 본교섭에서 성과급 지급 방식과 복지 확대 등 핵심 안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후속 협상이 이어졌다.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 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기술사무직 노조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각각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협상의 중심도 임금 인상보다 성과급 체계 개편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PS의 지급 방식이다. 회사는 성과급 일부를 현금 대신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영업이익과 성과급 재원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현금 유출 부담을 분산하고 임직원의 장기 주식 보유를 유도해 기업가치와 보상을 연계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성과급보다 장기 인센티브 비중을 높여 지속 가능한 보상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노조는 기존 합의를 사실상 변경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어렵게 마련한 성과급 원칙을 1년 만에 다시 손보는 것은 노사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내에서도 "10년 유지 합의를 왜 다시 바꾸느냐", "성과급이 사실상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하는 성과급 체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급액은 대부분을 당해 연도 현금으로 지급하고 일부는 분할 지급하며, 희망자에 한해 자사주 전환 시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선택 사항이던 주식 보상이 의무 지급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존 합의의 취지와 신뢰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자사주 활용 방식을 추진했지만 현금 지급을 선호하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성과급을 단기 현금 보상에서 기업 성장과 연계된 장기 보상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급 규모보다 지급 방식이 새로운 노사 협상 의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와 조선, 정보기술(IT), 통신, 유통업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나섰고, 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 신세계 등에서도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기업 실적과 보상을 직접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면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주요 임단협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쟁은 노사 협상을 넘어 정책과 법률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업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제도 해석에 나선 가운데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각각 고발했다. 이 단체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라 경영성과 배분인 만큼 노사 협상이 아니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고발인의 주장으로 실제 위법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재계는 이번 논쟁이 단순히 성과급 규모를 정하는 협상을 넘어 초과이익 배분의 권한과 절차를 어디까지 노사 협상의 영역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협상 결과는 향후 국내 기업의 성과보상 체계는 물론 노사 협상 방식과 기업지배구조 논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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