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기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까지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 홈플러스 사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은 MBK파트너스 경영진을 상대로 채권 사기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고,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즉시항고하며 재심을 요청했다. 형사 절차와 회생 절차가 동시에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시장이 진정으로 지켜보는 것은 법원의 결정보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형사책임은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신용위험을 언제 인지했고 투자자들에게 이를 충분히 알렸는지는 사실과 증거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성급한 예단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자본시장은 판결보다 신뢰에 먼저 반응한다. 기업이 경영위험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했고 정보공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는 시장의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다. 재무구조는 자금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투자자의 신뢰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책임 있는 의사결정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 정보공개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 시장의 평가는 해당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로 확산된다.
회생 절차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DIP를 확보하며 재심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운영자금 확보만으로 정상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와 협력업체,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회생계획과 지속 가능한 경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홈플러스 현장에서는 일터를 지키기 위해 정상 영업과 기업 존속을 호소하는 구성원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회생은 법원의 결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안팎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책임경영 수준도 다시 묻고 있다. 특히 소비자와 협력업체, 투자자가 복잡하게 얽힌 대형 유통기업을 경영하는 사모펀드라면 투자수익뿐 아니라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지키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투명한 의사결정과 충분한 정보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기업 회생과 형사책임을 넘어 자본시장의 신뢰를 시험하는 시험대다. 홈플러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긴 과제는 기업 하나의 회생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이 다시 믿을 수 있는 원칙과 책임경영을 확립하는 일이다. 회생은 법원이 결정할 수 있지만, 신뢰는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