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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0원'이 남긴 숙제…표결로 끝난 최저임금

30원은 협상을 깨뜨릴 만큼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1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은 결국 그 30원을 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마지막까지 접점을 찾았지만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으로 표결 끝에 결정됐다. 최종안 차이가 30원에 불과했던 만큼 어느 때보다 타협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바뀐 것은 인상률이었고, 바뀌지 않은 것은 협상의 풍경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의 생계와 기업의 부담 사이에서 사회적 접점을 찾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합의보다 표결이 더 익숙한 절차가 됐다. 협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결론이 내려지는 순간 노사는 모두 아쉬움을 토로한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갈등만 다음 해로 이어지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같은 반복을 단순히 노사의 강경한 입장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제도를 넘어 너무 많은 사회적 기대를 짊어지고 있다. 노동자는 생계 안정을, 자영업자는 생존의 기준을, 정부는 소득 분배와 내수 회복, 물가 대응까지 기대한다. 하나의 숫자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정책 목표가 겹치면서 협상은 임금을 정하는 자리를 넘어 사회적 부담을 배분하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 최저임금 협상에서 끝내 좁혀지지 않은 30원은 단순한 금액의 차이가 아니다. 노동계가 말하는 생계의 무게도, 경영계가 호소하는 비용의 현실도 모두 존재한다. 문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부담을 나눌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협상만 모든 해법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 테이블에는 시급만 올라오지만, 그 뒤에는 복지와 고용, 생산성, 자영업, 경기 회복 등 각기 다른 과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영세 사업자의 부담 완화는 복지·조세·고용 정책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아야 한다.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까지 최저임금 하나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같은 갈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공익위원들이 도급제 종사자의 적용 방식과 최저임금 결정 기준 전반의 재검토를 권고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플랫폼 노동과 다양한 고용 형태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을 기존 제도가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실이 바뀌면 제도도 함께 달라져야 사회적 대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1만700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심의가 남긴 진짜 숫자는 30원이다. 이같은 30원은 돈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 나누지 못한 책임과 역할의 간격이다. 30원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바뀌는 것은 최저임금의 숫자뿐, 회의장의 풍경은 또 다시 반복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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