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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K-뷰티 재무전략 살펴보니…LG생건·애경 ‘부채 축소’ vs 아모레·에이피알 ‘투자 확대’

성숙기업은 재무 안정, 성장기업은 투자 확대…부채비율에 담긴 경영전략
북미·일본 공략과 생산·마케팅 경쟁 본격화…투자 방식도 기업별 차별화
부채비율보다 중요한 것은 현금창출력…투자 성과가 기업가치 좌우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K-뷰티 산업이 글로벌 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피알, 애경산업 등 화장품 빅4의 재무전략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성숙기업은 차입을 줄이며 재무 안정성을 높인 반면 성장기업은 해외시장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K-뷰티의 대표기업들이 성장 단계와 사업 전략에 따라 확연히 다른 자금 운용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부채를 줄이고 자본을 확충하며 재무건전성을 강화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투자와 안정성의 균형을 유지했고, 에이피알은 고속 성장 과정에서 자본과 차입을 함께 늘리며 외형 성장을 뒷받침했다. 2021년 1분기와 2026년 1분기 주요 화장품 4사의 재무구조를 숫자로 비교하면 이같은 변화을 확인할 수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부채총계는 2021년 1분기 2조1142억원에서 2026년 1분기 1조4197억원으로 32.8% 감소했다. 자본총계는 4조9330억원에서 5조6793억원으로 15.1%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42.8%에서 24.9%로 17.9%포인트(p) 낮아졌다. 4개 기업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 폭이 가장 컸다. 중국 시장 성장 둔화 이후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가 이어지면서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재무 체력을 강화한 결과가 재무지표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산업 역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보수적인 재무 운영을 이어갔다. 부채총계는 1247억원에서 1114억원으로 10.6% 감소했고 자본총계는 3360억원에서 4080억원으로 21.4% 증가했다. 재무지표는 37.1%에서 27.3%로 9.8%p 개선됐다. 무리한 차입보다 이익잉여금 축적을 통해 자본 기반을 키우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관리하는 경영 기조가 이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장 투자와 재무 안정의 균형을 유지했다. 부채총계는 1조1893억원에서 1조5156억원으로 27.4% 증가했고 자본총계도 4조5562억원에서 5조5253억원으로 21.2% 늘었다. 부채비율은 26.1%에서 27.4%로 1.3%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북미와 일본 시장 공략,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 투자 등을 지속하면서도 자본 확충이 병행돼 재무 부담은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선택적 투자와 안정적인 재무 관리가 동시에 이뤄진 결과로 분석된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의 부채총계는 434억원에서 4464억원으로 928.5% 급증했고 자본총계도 543억원에서 5065억원으로 832.7% 늘었다. 재무지표는 79.9%에서 88.1%로 8.2%p 상승했다. 표면적으로는 레버리지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 역시 8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을 해외시장 공략과 생산능력 확대, 브랜드 마케팅 등에 집중 투입하면서 외형 성장을 가속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성장기업 특유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반영된 재무구조로, 성숙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재무지표는 기업의 성장 단계와 사업 전략을 함께 살펴봐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성숙기업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차입을 줄이며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반면, 성장기업은 시장 선점과 생산능력 확대, 브랜드 투자 등을 위해 일정 수준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낮은 부채비율이 아니라 투자금의 신속한 매출과 이익 연결 여부다.   

 

최근 K-뷰티 시장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망 확보와 현지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시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략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는 견조한 재무 기반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고, 신흥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제 낮은 부채비율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생산설비와 연구개발,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차입은 미래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투자는 오히려 부담으로 남는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부채 규모가 아니라 투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자본으로 축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느냐다.

 

향후 K-뷰티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뷰티의 승부는 가장 낮은 부채비율이 아니라 가장 높은 투자 효율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입증하는 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히 부채비율이 낮은지보다 투자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성숙기업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성장기업은 투자 회수 능력과 자본 확충 역량이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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