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8 (토)

  • 흐림동두천 23.1℃
  • 흐림강릉 21.6℃
  • 구름많음서울 23.8℃
  • 흐림대전 28.0℃
  • 흐림대구 31.7℃
  • 구름많음울산 30.7℃
  • 흐림광주 29.8℃
  • 흐림부산 28.9℃
  • 흐림고창 30.1℃
  • 구름많음제주 32.8℃
  • 흐림강화 21.9℃
  • 흐림보은 27.5℃
  • 구름많음금산 32.0℃
  • 구름많음강진군 30.8℃
  • 흐림경주시 33.0℃
  • 흐림거제 27.3℃
기상청 제공
메뉴

[이슈] 중동전쟁 틈탄 14조 ‘유가 담합’…정유 4사 법정행

14.2조 직접 담합…시장 영향 26조 추산
수년간 가격정보 공유 정황…전쟁 직후 인상 시기·폭 사전 조율
전량구매계약·증거인멸까지 수사 확대…유통구조 개선 논의 불가피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미국·이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짜 맞춰 시장 가격을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 4사가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일부 정유업체의 직접 담합이 다른 정유사들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26조원 규모의 경쟁 제한 효과를 낳은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장과 책임매니저, 법무실장, GS칼텍스 국내영업부문장 등 임직원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중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장은 구속기소됐다.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가격 결정 책임자들은 전쟁 발발 직후 석유제품 인상 시점과 폭을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조사됐다. SK에너지 판매가격을 HD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30~40원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였고, 직접 담합 규모는 약 14조2000억원으로 산정됐다.

 

국내 정유시장의 과점 구조는 담합 효과를 더욱 키웠다. 선도 업체가 먼저 공급가를 조정하면 경쟁사들이 이를 사실상 기준으로 삼는 가격 결정 방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두 회사의 인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시장 전체의 경쟁 제한 효과는 약 26조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이번 사건이 우발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정보 교환 관행의 연장선이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7월부터 SK에너지와 가격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며 공급가를 결정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정유사들은 상당량의 원유를 확보한 상태였던 만큼 원가 부담만으로는 급격한 가격 인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내부 메신저는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부 직원들은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은 국제적 위기를 비용 부담이 아닌 수익 확대의 기회로 받아들인 내부 인식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GS칼텍스와 에쓰오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가격 합의를 입증할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가격을 따라 올린 행위는 경쟁 질서를 훼손하는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인 담합으로 인정하기에는 법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업계의 오랜 거래 관행인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도 도마에 올랐다. 정유 4사는 자영주유소와 계약을 맺은 뒤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공급가를 적용했으며,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청구나 각종 거래상 불이익을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구조가 주유소의 거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 경쟁을 위축시켰다는 것이 공소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앞서 자료를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현장조사 계획을 사전에 파악한 뒤 가격 관련 자료와 메신저 기록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관련 직원들은 조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실제보다 낮은 공급가격을 보고한 정황도 확인돼 검찰은 관련 자료를 관계기관과 공유할 방침이다


오늘의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