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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쪼개기 상장' 맘대로 못한다"…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주주동의 필수

중복상장 문턱 높인다…모회사 이사회 '5대 의무' 신설
물적분할 자회사 '3%룰' 적용…일반 자회사는 강화된 심사 거쳐 상장
중복상장 비율 11.2%로 주요국 웃돌아…주주가치 중심 시장질서 재편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정부가 일반주주 권익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른바 '쪼개기 상장' 관행에 제동을 건다. 앞으로 상장사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다시 증시에 올리려면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중복상장 문턱을 대폭 높여 주주 보호와 사업상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에만 상장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다.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주에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기업가치가 할인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과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4일까지 의견수렴을 진행한다. 지난 3월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절차를 제도화하고 거래소 심사 기준도 새롭게 손질했다.

 

새 기준에 따라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충실의무를 반영한 '5대 의무'가 부여된다.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자사주 소각이나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등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어 주주와 소통하거나 주주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하고 관련 절차를 단계별로 공시해야 한다. 이 과정은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 중심의 독립 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해외 거래소 상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매매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상장 심사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거래소는 기존 상장요건 외에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투자자 보호 수준을 별도로 심사한다. 자회사가 모회사 사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사실상 모회사가 주도하면 독립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와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주요 심사 대상이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상장을 위해서는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방식과 같은 '3%룰'을 적용한 주주동의가 반드시 뒤따르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되며, 출석 주주의 과반과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투자자 보호 노력을 인정받지만, 동의를 받지 못하면 거래소가 자금조달 필요성과 산업 특성, 모·자회사 관계, 주주보호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주동의가 면제된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국내 중복상장 비율이 주요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1.2%로 미국(0.05%), 일본(4.0%), 중국(2.4%), 대만(2.7%)을 크게 웃돈다.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면서 성장 과실이 모회사 주주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모회사와 자회사에 중복 반영되는 '더블카운팅'과 모회사 가치 희석 문제가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자회사 IPO는 단순한 자금조달 수단을 넘어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 방안까지 함께 검증받는 절차로 바뀌게 된다. 물적분할 이후 재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사업 필요성뿐 아니라 주주 설득과 권익 보호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 만큼 자회사 상장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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