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항공업계 사외이사회의 역할이 지난 5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회계 투명성과 경영진 견제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안전관리와 ESG, 글로벌 규제 대응, 디지털 전환 등 기업의 핵심 경영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항공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경제·경영 중심에서 법률과 금융, 회계, 안전, 국제통상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트리니티항공 등 국내 항공사 6곳의 이사회가 최근 5년 사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사외이사는 경제·경영학 교수와 전직 관료, 금융권 인사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2026년에는 법률과 금융, 회계, 국제통상, ESG, 안전 분야 전문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감사위원회 중심이던 운영 체계도 ESG와 안전, 보상, 내부거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으로 세분화되며 이사회가 경영 전반의 전략과 위험을 함께 다루는 조직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항공산업을 둘러싼 리스크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운항과 수익성이 최대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기업결합 심사와 국제 규제, 공급망 안정, 개인정보 보호, ESG 공시, 안전관리 등이 기업 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도 각국 경쟁당국 심사와 국제 규제 대응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탄소배출 규제와 디지털 전환 역시 이사회가 직접 판단해야 할 의제로 자리 잡았다. 사외이사의 중심축이 경제·경영학계에서 법률과 회계, 국제통상 전문가 쪽으로 이동한 것도 이러한 산업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대한항공은 변화의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1년에는 경제·경영학 교수와 전직 장관, 금융 전문가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미국 변호사와 금융당국 수장 출신, 경제안보 전문가, 국제 법률 전문가가 이사회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ESG위원회와 안전위원회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안전과 지속가능경영을 별도의 의사결정 체계에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은 과거와 가장 다른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통합을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경제학 교수와 공정거래 전문가 중심이던 사외이사는 법학과 금융, 자본시장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됐다. 통합 이후 지배구조 개편과 내부통제, 국제 경쟁당국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법률과 금융 분야 인재의 비중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저비용항공사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뚜렷했다. 팬데믹 당시에는 유동성 확보와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다면 지금은 안전과 디지털 전환, 고객 경험이 새로운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이에 맞춰 사외이사 구성도 재무·감사 중심에서 글로벌 경영과 법률, 정보기술 분야까지 폭을 넓히고 있다.
제주항공은 수출입은행과 법무부 출신 중심의 이사회에서 미국 변호사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글로벌 IT기업 임원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며 전문 영역을 넓혔다. 애플코리아와 넷플릭스 한국법인에서 경력을 쌓은 디지털 전문가의 합류는 고객 서비스와 플랫폼 경쟁력이 항공사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진에어는 감사위원회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ESG와 안전, 보상,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까지 기능을 확대했다. 법률과 투자, 회계 전문가들이 위원회별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의사결정 구조도 한층 촘촘해졌다. 트리니티항공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와 검사 출신 변호사, 회계 전문가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하고 내부거래와 ESG, 보상위원회를 운영하며 지배구조 관리 체계를 정비했다. 에어부산 역시 금융·언론계 출신 중심에서 경제학과 AI·빅데이터 전문가를 포함하는 구조로 바뀌며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외이사 구성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법률 전문가의 약진이다. 국제 항공협약과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ESG 공시 등 항공사를 둘러싼 규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미국 변호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 법학 전문가들이 주요 항공사 이사회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과 회계 전문가의 존재감도 이전보다 커졌다.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기업결합 심사 등이 주요 경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융기관과 회계법인 출신 인사들이 투자와 자금 전략, 내부통제 분야에서 역할을 넓혔다. 사외이사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감사위원회에 집중됐던 기능은 ESG와 안전, 보상, 내부거래 등 분야별 위원회로 분산됐다. 또 이사회는 회계 감시를 넘어 안전과 규제 대응, 지속가능경영까지 아우르는 전략 조직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트리니티항공은 법률과 글로벌 경영, 회계 분야 여성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하며 다양한 시각을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탄소중립 규제 강화, 국제 노선 경쟁, AI 기반 운항과 고객 서비스 확산 등 항공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앞으로도 빠르게 변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무와 회계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했다면 이제는 안전과 규제 대응, ESG, 디지털 역량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 됐다"며 "사외이사도 경영을 견제하는 역할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