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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월드컵 실패 책임지고 사퇴…781일 만에 대표팀 지휘봉 내려놨다

"결과 앞에 변명은 없다" 자진 퇴진…한국 축구 새 사령탑 체제 돌입
48개국 체제 첫 월드컵서 34위…8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
박항서 지원단장도 사과…"협회부터 근본적인 변화 시작해야"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지 781일 만이다. 홍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베이스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고 언제나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오늘부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차분히 읽은 홍 감독은 추가 질의는 받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났다. 당초 계약은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였지만, 월드컵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를 채우지 않기로 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다시 맡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며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오직 한국 축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를 스스로에게 되물었다"며 "선수 선발과 전술, 경기 운영에서도 그 기준만큼은 끝까지 지키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모든 판단이 항상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감독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라며 "이번 성적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지원 인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비록 자리는 떠나지만 한국 축구가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팀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승점 3)를 기록했다. 체코를 2-1로 꺾으며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잇달아 0-1로 패해 조 3위에 머물렀다. 이후 조 3위 12개국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10위에 그치면서 상위 8개 팀에게 주어지는 32강 진출권을 놓쳤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한국은 최종 3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조별리그 탈락도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으로, 연속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역시 이루지 못했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이끈 감독이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조별리그를 넘지 못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과정에서는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본선을 앞둔 평가전에서도 경기력 기복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월드컵 무대에서도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박항서 월드컵 지원단장도 별도 입장문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실패를 계기로 협회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근본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한국 축구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변화의 출발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 사퇴 기자회견 전문

 

안녕하세요.

먼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 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오늘 저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습니다.

 

감독이란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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