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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업 문턱 선 현대차…세계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올해도 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갈림길에 섰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불성립 결정으로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아직 실제 파업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협상은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대차 임단협은 국내 제조업 노사관계의 바로미터다. 예년에는 임금과 성과급이 협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와 자동화에 따른 고용 안정, 완전월급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협상의 초점도 '얼마를 더 받을 것인가'에서 '기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 이동했다.

 

이 같은 변화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생산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만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기술 혁신과 고용 안정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이번 교섭의 핵심 과제가 됐다.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과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AI 투자 확대까지 미래 경쟁력을 위한 비용은 갈수록 늘어난다. 여기에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 부담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넘어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거 부분파업이 남긴 생산 손실은 글로벌 제조업에서 시간과 납기를 잃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현대차 노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 경쟁해야 할 대상은 협상 테이블 맞은편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와 SDV, 자율주행, AI를 앞세워 미래차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협상이 길어질수록 경쟁사는 그만큼 더 앞서 나간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고 기업의 미래 투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협상의 목적이 상대를 이기는 데 머물러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노사는 언제든 다시 협상할 수 있지만 세계 시장은 한 번 놓친 시간과 기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번 교섭은 누가 더 많이 얻었느냐보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지켜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AI 시대의 노사관계는 과거의 협상 공식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이번 교섭이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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