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코스피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가 8000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숫자 자체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한국 증시의 성장축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조선, 화학 등 전통 제조업이 시장을 이끌던 시대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장의 관심도 9000선 안착을 넘어 사상 첫 1만포인트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106.07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올해 들어 5000선과 6000선, 7000선, 8000선을 차례로 넘어선 데 이어 마침내 9000선에 올라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15%를 웃돌며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AI 산업 확산이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시장은 현재 실적보다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AI 투자 사이클과 이에 따른 수익성 확대 가능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 기업들의 기업가치 확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885조원, SK하이닉스는 약 1532조원으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3400조원을 넘어선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날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최고가인 36만25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268만5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사실상 두 기업의 주가 흐름이 지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상승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올해 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3조원 이상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34조원 넘게 사들였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120조원 이상 순매도했지만 국내 자금이 이를 흡수하며 시장 상승을 뒷받침했다. 부동산과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자금도 다시 유입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1조2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AI 반도체 경쟁력과 기업 실적 개선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외 환경 역시 우호적이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줄었고 물가 부담도 일부 낮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금리 변수보다 기업 이익 증가와 산업 성장성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코스피 1만포인트 가능성을 잇달아 제시하고 있다. KB증권은 1만500선, 유진투자증권은 1만400선, 하나증권은 1만380선을 전망했다. DB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1만1700선과 1만1500선까지 제시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를 넘어 전력설비와 냉각장치, 네트워크 장비, 데이터센터 건설, 소재·부품·장비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수혜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내부의 온도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날 코스피가 2% 넘게 상승했지만 상승 종목은 100여 개에 불과했고 하락 종목은 790개를 넘어섰다. 코스닥 역시 3% 넘게 하락했다. 반도체와 일부 초대형 기술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2차전지와 바이오, 중소형 성장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들어 전력기기와 데이터센터 관련주, 금융주 등으로 자금이 분산되며 업종 간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수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특정 종목에 집중됐던 투자 흐름이 점차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시장의 관건은 AI 투자 확대가 실제 기업 이익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반도체 실적과 미국 통화정책, 환율, 글로벌 경기 흐름도 중요한 변수다.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이번 9000선 돌파는 한국 증시의 성장 동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9000선은 종착점이 아니라 한국 증시가 새로운 성장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출발선에 더 가깝다. 시장이 1만포인트 시대를 전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