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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달앱 상생안 불발이 남긴 질문

배달앱 대표기업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내놓은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안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정위가 두 회사의 동의의결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배달앱 시장을 둘러싼 공정거래 논란은 본안 심의로 넘어가게 됐다.

 

결과에 따라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달앱 시장에도 예외 없는 경쟁 규칙을 적용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는 분명하다. 이번 결정이 남긴 또 다른 질문도 있다. 과연 누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가 하는 점이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자진 시정안과 피해구제 방안을 제시하면 장기간의 법적 공방 대신 신속한 보상과 제도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우아한형제들은 3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쿠팡이츠는 600억원 규모의 지원책과 운영 개선 방안을 내놨다. 공정위는 경쟁질서 회복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현장의 시선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외식업계는 여전히 고물가와 소비 둔화라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 점주들에게 중요한 것은 몇 년 뒤 나올 최종 판결보다 이번 달 임대료와 다음 달 인건비다. 수년간 이어질 수 있는 법적 절차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시장지배력 남용이 사실이라면 엄정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 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상생기금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는 공정위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배달앱 산업이 성장할수록 시장 규칙도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생각해볼 지점은 남는다. 수천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그 돈은 국고로 들어간다. 반면 동의의결안에 담긴 지원금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경쟁질서 회복이라는 원칙과 피해 회복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제 사건은 본안 심의로 향하게 됐다. 법 위반 여부는 공정위가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제재 수위만큼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배달앱 규제의 목적은 과징금 액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이 과징금 액수를 둘러싼 공방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소비자와 소상공인, 배달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얼마를 물릴 것인가'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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