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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관료·법조인 줄고 기술·산업 전문가 늘고...증권사 이사회 세대교체

13개 증권사 사외이사 57명 분석…남성 41명·여성 16명
1970년대 이후 출생자 18명…기술·플랫폼·벤처 전문가 전면 배치
관료·법조 중심 감시형 이사회에서 AI·디지털 전략형 이사회로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 이사회가 조용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 출신 관료와 법조인, 회계 전문가 중심의 '감시형 이사회'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플랫폼, 금융공학, 벤처투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략형 이사회'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토대로 2023년과 2025년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13개 증권사의 사외이사 57명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변화는 직업군과 전공 구조에서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사외이사 57명 가운데 남성은 41명(71.9%), 여성은 16명(28.1%)으로 집계됐다. 평균 출생연도는 1965년으로 평균 연령은 60세 안팎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SK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이 각각 5명이었다. 삼성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은 각각 4명, 메리츠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3명이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학력과 전공 구성이다. 2023년에는 법학과 경제학, 경영학 전공자가 이사회의 주류를 형성했다. 금융당국 출신 관료와 법조인, 회계 전문가, 경제·경영학 교수가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2025년에는 컴퓨터공학과 산업공학, 금융공학, 경영공학, 통계학, 의과학 등 이공계와 융합학문 기반 전문가들이 주요 증권사 이사회에 대거 진입했다. 법학과 경제학 중심의 전통적 금융 전문성에 데이터와 기술, 신산업 전문성이 더해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증권사 이사회는 규제 대응과 내부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당국과 정부 부처 출신 관료, 법조인, 회계 전문가, 경제·경영학 교수가 이사회 주축을 형성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금융사고 예방과 소비자 보호, 준법감시 체계 강화가 업계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책과 법률, 회계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선임 기준으로 작용했다. 당시 사외이사 구성은 금융 규제와 내부통제 역량 확보에 방점이 찍힌 전형적인 '감시형 이사회'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5년에는 AI와 데이터, 플랫폼, 디지털 금융, 금융보안, 벤처투자, 글로벌 투자 분야 경험을 갖춘 전문가 비중이 확대됐다. 규제를 이해하는 인재보다 기술 변화와 산업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인재 수요가 커진 것이다. 증권사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미래 사업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목되는 변화는 공학과 데이터 기반 전문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컴퓨터공학과 금융공학, 산업공학, 경영공학 전공자들이 리스크관리위원회와 ESG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AI 기반 금융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에 역할을 맡고 있다. 과거 경제학과 경영학, 법학 중심이던 전문성 구조가 기술과 데이터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과 글로벌 산업 경험을 갖춘 전문가 영입도 늘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산업, 해외 투자 경험을 보유한 인재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며 고객 경험 혁신과 디지털 생태계 구축, 글로벌 투자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업 내부 경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벤처투자와 바이오·스타트업 분야 전문성 확대도 특징이다. 일부 증권사는 벤처캐피털과 신산업 투자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영입하며 스타트업과 바이오, 미래 기술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증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를 넘어 신산업 투자와 기업금융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대교체 역시 숫자로 확인된다. 2025년 사외이사 57명 가운데 1970년대 이후 출생자는 18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컴퓨터공학과 금융공학, 산업공학, 벤처투자, 플랫폼 산업 등 디지털 경제와 밀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반면 2023년에는 1950년대생 관료와 원로 교수, 전직 금융기관 임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단순히 연령이 젊어진 것이 아니라 증권사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여성 사외이사의 역할 변화도 눈에 띈다. 2025년 여성 사외이사는 16명으로 전체의 28.1%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회계와 법률, 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공학과 금융보안, 플랫폼 산업, 벤처투자, 데이터 분석, 글로벌 콘텐츠 분야까지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가 다양성 확보를 위한 상징적 존재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전략 수립에 참여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회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 중심 구조는 유지되고 있지만 ESG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소비자보호위원회 등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AI와 디지털 자산, 플랫폼 금융, 글로벌 투자 리스크 등 새로운 경영 환경을 반영한 논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증권사별 색깔도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고, 다른 증권사는 플랫폼과 글로벌 투자, 벤처투자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증권사도 있다. 같은 증권업이라도 미래 성장전략에 따라 이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증권업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증권사의 핵심 사업이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전통적 기업금융이었다면 최근에는 AI 기반 자산관리와 디지털 자산, 토큰증권(STO), 플랫폼 금융, 글로벌 투자와 대체투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사회 역시 규제 대응 조직에서 미래 전략을 설계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당국 출신이나 법조인을 영입하면 이사회 구성이 완성됐지만 최근에는 AI와 데이터, 플랫폼 산업을 이해하는 인재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사외이사 구성만 봐도 해당 증권사가 어떤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지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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