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제약·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지주사들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같은 소비재 산업에 속해 있지만 성장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화장품 기업들은 해외 시장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에 집중한 반면, 제약 지주사들은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두며 서로 다른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실적에서는 매출 증가보다 이익 창출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고금리와 소비 둔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순히 많이 판매하는 기업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외형이 줄었음에도 이익이 크게 늘었고, 또 다른 기업은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 ‘규모의 힘’ 아모레퍼시픽홀딩스...JW·종근당홀딩스 ‘내실경영’ =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227억원, 영업이익 1377억원을 기록했다. 비교 대상 기업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가장 큰 규모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영업이익은 6.9% 증가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 회복과 해외 사업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브랜드 경쟁력이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 규모 역시 다른 기업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업계 선두 기업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당기순이익은 1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본업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영업 외 손익 변동이 최종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유지하며 화장품 업계 대표 기업의 입지를 이어갔다. 규모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화장품 산업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수익성 경쟁에서는 제약 지주사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JW홀딩스는 매출 24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514억원으로 23.2%, 당기순이익은 398억원으로 35.3% 증가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매출 성장 폭보다 이익 증가 폭이 훨씬 컸다는 점에서 사업 효율화와 계열사 경쟁력 강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지표만 놓고 보면 이번 분기 가장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보여준 기업 가운데 하나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 구조 개선에 집중한 전략이 실적으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근당홀딩스 역시 내실 경영 성과가 돋보였다. 매출은 2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92억원으로 61.3%, 당기순이익은 178억원으로 128.2% 증가했다. 외형은 다소 줄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비용 절감과 사업 구조 효율화가 실적으로 이어지며 체질 개선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매출 감소 자체가 부정적으로 해석됐지만 최근에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콜마홀딩스의 화려한 반등...동아쏘시오홀딩스 균형 성장 뚜렷= 이번 실적 시즌의 최대 화제는 단연 콜마홀딩스다.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이익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콜마홀딩스는 매출 151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0.3%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4억원으로 558.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397억원으로 3870.0% 급증했다. 비교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매출 증가 없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비용 효율화와 계열사 수익성 회복이 맞물리면서 체질 개선 효과가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콜마홀딩스는 이번 분기 가장 강한 반등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균형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매출은 3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해 제약 지주사 가운데 가장 큰 외형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6.2%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5억원으로 14.5% 늘었다. 의약품을 중심으로 물류와 헬스케어, 바이오 사업을 함께 키운 포트폴리오가 실적 안정성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성적표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실적 순위의 변화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규모의 경쟁력을, JW홀딩스와 종근당홀딩스는 수익성 중심 경영의 성과를 입증했다. 콜마홀딩스는 체질 개선을 통해 가장 강한 반등을 보여줬고,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구하는 균형 성장 전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주목할 대목은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매출 규모와 시장점유율이 기업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였다. 얼마나 많은 제품을 팔고 얼마나 큰 몸집을 갖췄는지가 기업 가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성장의 양보다 성장의 질이다. 외형 확대만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졌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이번 실적에서도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개선 폭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화장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외형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면 제약 지주사들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결국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은 같다.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가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승부는 누가 더 많이 팔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벌었느냐에서 갈렸다"며 "이번 성적표는 제약·화장품 업계의 경쟁 축이 외형 성장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