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올들어 조선업 호황과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다. 조선 부문은 수주 증가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외형 성장을 이끌었고, 전력 부문은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엔진 사업도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의 핵심은 사업 구조 변화로 압축된다. 과거 조선업 경기 의존도가 높았던 HD현대는 이제 조선·전력·엔진 사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조선이 매출을 늘리고 전력이 이익을 견인하며 엔진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보태면서 수익 기반이 한층 다변화됐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조6019억원, 영업이익 2조8347억원, 당기순이익 2조2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0.3%, 순이익은 160.2% 급증했다. 외형 성장보다 이익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점에서 그룹 체질 개선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선업 회복에 전력기기 사업의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특정 사업 의존도는 낮아지고 수익 구조는 더욱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실적 경쟁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둔 곳은 HD한국조선해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매출 8조1408억원, 영업이익 1조3559억원, 당기순이익 1조14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57.8%, 순이익은 86.6% 증가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주요 계열사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HD현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룹 실적을 사실상 견인했다. 영업이익률도 16.7%를 기록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그룹 조선 사업의 수주와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HD현대 조선 경쟁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비중이 확대된 데다 수익성이 낮았던 과거 수주 물량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본격적인 이익 회수 구간에 진입한 결과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계열사는 HD현대중공업이다. HD현대중공업의 1분기 매출은 5조9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영업이익은 9053억원으로 108.7%, 당기순이익은 7738억원으로 172.2%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은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생산량 확대와 공정 효율 개선, 고수익 선종 비중 증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향상됐다.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 사업의 전략을 책임지는 사령탑이라면 HD현대중공업은 실제 선박을 건조해 실적으로 연결하는 생산 중심 계열사다. 영업이익률 역시 15.3%를 기록하며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수주 경쟁력과 생산 경쟁력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조선 부문의 선순환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경쟁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단연 돋보였다. 1분기 매출은 1조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582억원으로 18.3%, 순이익은 2076억원으로 35.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4.9%에 달했다. HD한국조선해양(16.7%)과 HD현대중공업(15.3%)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규모 경쟁에서는 조선 계열사들이 앞섰지만 수익성 경쟁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가장 돋보이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력망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을 조선업 못지않은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평가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곳은 HD현대마린엔진이다. 1분기 매출은 1334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 당기순이익은 28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3.2% 증가했고 순이익은 105.1% 늘었다. 영업이익 증가율만 놓고 보면 주요 계열사 가운데 1위다. 친환경 선박 확대와 엔진 교체 수요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선박용 엔진 시장의 회복세와 고효율 제품 판매 확대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성장 속도만큼은 어떤 계열사에도 뒤지지 않았다. 조선업 호황의 수혜가 완성선 건조를 넘어 엔진과 기자재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잠재력도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계열사들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익 규모를 키웠고 HD현대중공업은 성장성을 입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을 극대화했고 HD현대마린엔진은 가장 가파른 개선세를 기록했다. 각 계열사의 강점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그룹 실적 개선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연결됐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마린엔진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2조5519억원에 달한다. HD현대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핵심 계열사들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특정 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복수의 성장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1분기 성적표는 단순한 호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HD현대는 더 이상 조선업 한 분야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다. 조선이 성장을 이끌고 전력이 수익성을 높이며 엔진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보태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성적표가 보여준 변화는 과거 HD현대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에 있었다면 이제는 조선·전력·엔진으로 이어지는 복합 산업 생태계에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HD현대 실적의 핵심은 단순한 조선업 호황이 아니라 성장 동력이 다변화됐다“며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조선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본 가운데 HD현대일렉트릭은 AI와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를 누렸고, 마린엔진도 동반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