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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워치] ③“상생은 비용이 아니다”…우리금융 임종룡의 7조2000억 승부수

신뢰 회복이 최대 과제…상생금융을 우리금융 성장 전략으로 전환
소상공인·중소기업·청년까지…포용 넘어 생산적 금융 확대
리딩금융 경쟁의 새 기준 제시…상생을 경쟁력으로 만든다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한때 금융권의 순위는 자산 규모와 순이익으로 갈렸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고 얼마나 큰 몸집을 갖췄는지가 금융그룹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산업의 경쟁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소비자 보호 강화 요구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상생금융을 그룹 경영의 중심에 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친 그는 정책과 시장을 모두 경험한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다. 취임 이후 줄곧 금융의 공공성과 책임을 강조해 온 임 회장은 상생금융을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일회성 지원이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규정했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그룹이 안고 있던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신뢰 회복이었다.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체계 구축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시기였다. 그는 금융의 본질적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했고, 상생금융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다.

 

임 회장은 여러 차례 “상생금융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우리금융의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금융이 경제와 사회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고객과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해야 금융회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단기 실적 경쟁보다 장기 신뢰 구축에 무게를 둔 선택은 우리금융 경영 전략을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임 회장의 철학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약 7조2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프로그램이다. 우리금융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리 부담 완화와 정책금융 연계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경영 컨설팅과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을 결합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기존 금융권의 상생 프로그램과도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금리 감면이나 일회성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최근 우리금융은 고객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 지원과 비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과 금융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우리금융은 성장 단계별 맞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투자와 보증, 컨설팅을 연계한 종합 지원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임 회장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과도 연결된다. 단순히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이 경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추진하는 상생금융은 단순 지원보다 고객과 기업의 성장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포용금융을 넘어 생산적 금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상생금융의 범위는 기업 지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임 회장은 지역사회와 청년, 금융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금융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금융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별 산업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 자금 흐름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지원 역시 중요한 축이다. 우리금융은 청년층의 주거와 취업, 창업을 지원하는 금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금융교육과 멘토링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청년 세대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동시에 미래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늘리고 금융 소외계층이 제도권 금융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포용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최근 금융권이 고금리 논란과 소비자 보호 문제, 각종 금융사고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온 점도 임 회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회사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고객이 어려울 때 함께하는 금융회사만이 장기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물론 임 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상생금융 확대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제고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상생과 수익성이 반드시 상충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객과 기업이 성장해야 금융회사도 성장할 수 있고, 신뢰가 쌓여야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이 추진하는 상생금융은 단순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금융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상생을 경영의 중심에 둔 임 회장의 실험이 신뢰 회복을 넘어 우리금융의 새로운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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