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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배터리 빅3 다른 길 선택했다…생산보다 수익성 전쟁

1분기 성적표가 보여준 배터리 생존 전략...증설 경쟁 종료
LG 적자·삼성 회복·SK 투자시험대…배터리 경쟁 공식 전환
공장 많이 지어도 못 번다…배터리업계 '수익성 시대' 개막
CATL·BYD 공세에 북미 변수까지…생산능력보다 이익이 경쟁력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했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제각각 달랐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라는 공통된 악재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적자로 돌아섰고 삼성SDI는 손실 폭을 줄이며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SK온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올해 1분기 실적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 기준이 생산능력 확대에서 수익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은 생산능력에서 나왔다. 누가 더 많은 공장을 짓고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시장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계획이 조정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55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손실 2077억원, 순손실 944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3746억원, 순이익 2265억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고객사 재고 조정, 배터리 가격 하락 압력이 동시에 작용했다. 여기에 북미 생산기지 운영 비용 부담과 가동률 저하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흔들렸다. 공격적으로 늘려놓은 생산능력이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북미 합작공장 투자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실적 압박도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올해 들어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게 바뀌었다. 업계에서는 생산능력 확대보다 북미 공장 운영 효율화와 수익성 회복, 신규 수주 확대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하고 있다.

 

삼성SDI는 여전히 영업적자 상태지만 회복의 실마리를 보여줬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5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5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40억원보다 크게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56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는 그동안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 전략을 유지해 온 기업이다. 성장 속도는 경쟁사보다 다소 느렸지만 프리미엄 배터리 중심의 사업 구조가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배터리 공급 전략과 원통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 효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조7223억원과 순손실 5848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영업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고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증설 경쟁보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 투자 전략이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시장 회복 시 수익성 개선 폭이 경쟁사보다 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은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79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북미 생산 거점 가동률 상승과 주요 고객사 공급 확대가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93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 영업손실 2077억원, 삼성SDI 영업손실 1555억원과 비교해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이를 실제 이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배터리 시장의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제시된 실적 기준으로 SK온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93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영업손실 1조1270억원 대비 적자 규모를 줄였다. 올해 1분기 적자 폭은 확대됐지만 북미 생산시설 안정화와 생산성 개선이 이어질 경우 손익 구조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를 대규모 투자 이후 수익성을 검증받는 전환기로 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24조2120억원, 영업이익 2조1621억원, 순이익 896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정유와 에너지 사업 실적 개선이 그룹 전체 수익성을 떠받치면서 배터리 사업 투자 여력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같은 산업 안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선택한 길은 서로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생산능력과 시장 지배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삼성SDI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수익성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SK온은 공격적인 투자 이후 수확기를 준비하며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단계라고 업계 전문가는 분석했다.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IRA를 중심으로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 역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과거처럼 생산능력 확대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결국 배터리 산업은 증설 경쟁의 시대를 지나 투자 회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공장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확보한 생산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과 현금을 창출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미래 성장산업이지만 투자자와 시장은 더 이상 점유율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생산량보다 수익성, 규모보다 현금창출 능력,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의 승부는 가장 많은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높은 수익을 남기는 기업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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