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대형주가 급제동을 걸었다.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속에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과 4거래일 만에 326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잃으면서 코스피도 급락했다. 반도체 두 종목에 의존해온 국내 증시의 취약한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4% 하락한 8160.59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지수도 큰 폭으로 밀렸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 미국 금리 불확실성, AI 투자 확대 속도에 대한 경계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충격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83% 하락한 3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34만9000원이었던 주가는 4거래일 만에 2만500원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2040조3512억원에서 1923조4257억원으로 감소하며 116조9255억원이 증발했다.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은 더욱 컸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05% 급락한 204만7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236만3000원과 비교하면 31만6000원 하락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역시 1684조1156억원에서 1475조2939억원으로 감소하며 208조8217억원이 사라졌다.
나흘 동안 이른바 '삼전·닉스' 두 기업의 시가총액 감소 규모를 합치면 325조7472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 포스코홀딩스, KB금융 등 국내 대표 상장사 여러 곳의 시가총액을 합한 규모와 맞먹는다. 단기간에 증발한 기업가치 규모로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이번 조정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대형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두 회사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반도체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국내 증시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가 이번 조정을 통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1일 약 3724조원에서 5일 약 3399조원으로 감소했다. 반도체가 시장 상승을 견인했던 만큼 반도체주의 급락은 곧바로 코스피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장을 끌어올린 주역이 시장을 끌어내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상승장의 배경에는 AI가 있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밀어 올렸다. 외국인 자금도 두 종목에 집중되며 상승세를 키웠다. 그러나 특정 업종과 소수 종목에 자금이 집중될수록 조정 국면에서 충격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번 하락을 통해 확인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 상승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두 종목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조정이 시작되자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