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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워치] “젠슨 황·TSMC·폭스콘까지”…SK 최태원, 글로벌 AI 동맹 만든다

대만서 글로벌 AI 산업 핵심 수장들과 연쇄 회동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 아우르는 공급망 동맹 확대
하이닉스 인수·배터리 투자 이어 AI 시대 새 승부수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웨이저자(C.C. Wei) TSMC 회장,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잇달아 만난 인물들이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각각 대표하는 이들은 현재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들이다. 그리고 그 연결선 한가운데에 최 회장이 있었다.

 

재계는 이번 대만 행보를 단순한 해외 출장으로 보지 않는다.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공급망과 생태계 구축 경쟁으로 확산되는 시점에 최 회장이 직접 글로벌 협력망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AI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를 연결하는 주요 기업 수장들을 잇달아 만나며 미래 시장을 위한 포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오래전부터 분명했다. 산업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 직접 현장으로 향했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 결정이 대표적이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무리한 투자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그룹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고, AI 시대에는 글로벌 HBM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배터리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SK온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이번 AI 행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최 회장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만들어낼 산업 구조의 변화를 먼저 읽어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기업과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국내 기업인 가운데 가장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교류를 통해 산업 변화를 읽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이번 대만 방문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 경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이었다. 최 회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행사장을 찾은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함께 황 CEO를 만나 AI 메모리와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관계는 공급사와 고객사에 가까웠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양사의 관계도 달라졌다. 엔비디아의 AI 경쟁력은 HBM 확보 여부와 직결되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제 두 회사는 AI 인프라 경쟁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최근 황 CEO가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을) 더 만들어달라"는 친필 메시지를 남기고, "SK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최 회장의 시선은 메모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웨이저자 TSMC 회장과도 만나 AI 시대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 수장이 공식 회동한 것은 2024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 만남에서는 차세대 HBM과 첨단 패키징 기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수록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의 유기적 결합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에 적용될 HBM4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기술과 TSMC의 첨단 공정이 결합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단순한 사업 협의를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한다. AI 시대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체계와 공급 능력이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콘과의 만남은 이번 대만 일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 회장은 류양웨이 회장 및 경영진과 만나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로봇, 에너지 관리, 배터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AI 서버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폭스콘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재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최 회장의 관심 영역이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칩 경쟁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반영한 행보다. SK가 보유한 반도체와 에너지 기술, 폭스콘의 제조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대만 방문은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그는 늘 산업 변화의 중심에서 기술보다 연결을 먼저 봤다. 그리고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과 기업을 직접 찾아다녔다. AI 시대 경쟁은 더 이상 개별 기업 간 기술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 설계와 메모리, 생산과 서버,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연결하는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TSMC, 폭스콘을 잇는 최 회장의 연쇄 회동은 그 변화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4년 전 하이닉스 인수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바꿨던 최태원 회장은 이제 AI 생태계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재계가 최 회장의 이번 대만 출장을 주목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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