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이 전력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큼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SK온이 차세대 ESS 제품을 공개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1일부터 4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클린파워 2026’ 기간 중 주요 고객사를 초청해 사업 전략과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가 주관하는 클린파워는 북미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전력 산업 행사 중 하나다. 발전사업자와 유틸리티 기업, 에너지 개발사, 투자기관 등이 참석해 시장 흐름과 기술 동향을 공유한다.
SK온은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발전사업자와 신재생에너지 기업, ESS 시스템 통합(SI) 업체, 투자사 등 약 50개 기업 관계자 150여 명을 대상으로 북미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시장 변화와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에서 SK온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미국 생산 역량이었다. SK온은 2022년부터 미국 내 단독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1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북미 ESS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 ESS 시장에서는 테슬라 메가팩을 비롯해 CATL,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글로벌 기업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공급망 현지화를 강조하면서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여부가 새로운 경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ESS 브랜드 ‘그리드온(GRIDON)’과 차세대 제품 ‘그리드온 Gen2’는 SK온의 ESS 사업 확대 전략의 중심에 있는 제품이다. 그리드온은 ‘전력망(Grid)을 켠다(On)’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사업 비전을 반영했다.
2027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그리드온 Gen2는 미국 시장 수요를 반영한 차세대 ESS 제품이다. ESS 시장이 직류(DC) 중심 구조에서 전력변환장치(PCS)를 포함한 교류(AC)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설계됐다. DC 블록과 AC 블록 모두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컨테이너당 에너지 저장 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평균 15% 높여 경제성과 운영 효율을 강화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고용량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적용했고 냉각수 기반 소화 시스템도 탑재했다. 최근 글로벌 ESS 시장에서 화재 예방과 안전 기술이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른 만큼 개발 초기 단계부터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SK온은 현재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1·2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가동 예정인 HSBMA, 테네시 공장을 포함하면 미국 내 생산 거점은 총 4곳으로 늘어난다. 회사는 올해 글로벌 ESS 시장에서 20GWh 이상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고객사들과 총 10GWh가 넘는 규모의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ESS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미 ESS 시장이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SK온이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에너지 저장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은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안전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북미 ESS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