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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 ‘돈의 이동’이 바꾼 승부...“AI로 몰리고 배당으로 버틴다”

반도체·코스닥·미국지수까지…운용사들 AI·연금 투자 전면전
ISA·ELB·월배당 경쟁 확산…증권사도 자산관리 고객 쟁탈전
수수료·지수추종 시대 지나…ETF가 투자 전략 중심으로 부상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한때 ETF는 단순한 투자 도구였다. 시장지수를 따라가고 수수료를 낮추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관심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한다. 투자자들이 찾는 것은 이제 ‘싼 ETF’만이 아니다. AI 성장 산업에 올라탈 수 있는지, 연금 계좌 안에서 효율적으로 자산을 굴릴 수 있는지, 매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가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경쟁도 그 흐름을 따라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TF 시장 자금은 AI와 연금, 월배당 상품으로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다. 상승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수익과 장기 자산관리 수요가 동시에 커진 영향이다. 금융회사들도 더 이상 단순 상품 출시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 투자자의 자산을 오래 묶어둘 수 있는 구조와 전략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0%를 넘었고 순자산은 4조원을 돌파했다. 상품 리뉴얼 이후 개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배경에는 포트폴리오 재편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크게 높여 AI 메모리와 고성능 반도체 성장에 보다 직접적으로 올라타는 구조로 바뀌었다. AI 열풍이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적과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장이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KB자산운용의 ‘RISE 네트워크인프라 ETF’는 시장 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5G·통신장비 중심 상품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AI 서버 핵심 부품 공급망 ETF로 성격이 달라졌다. 삼성전기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이노텍, 이수페타시스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AI 서버 증설이 늘수록 HBM과 FC-BGA, 서버용 PCB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를 반영한 결과다. 최근 1년 수익률이 700%를 웃돈 배경 역시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닿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I 투자 흐름을 코스닥 성장주로 넓혔다. 새로 상장한 ‘TIGER 코스닥액티브 ETF’는 반도체 소부장과 바이오, 방산, 화장품 등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액티브 전략을 채택했다. 기존 코스닥 ETF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 편입에 무게를 뒀다면 이 상품은 종목 비중을 분산해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췄다. AI 반도체 패키징과 소재 기업을 핵심 편입 종목으로 담은 점도 눈길을 끈다. 코스닥을 단순 중소형주 시장이 아니라 신산업 성장 무대로 바라본 접근이다.

 

하나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합산 순자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S&P500과 나스닥100, 미국채 혼합형 상품을 함께 내세워 연금 투자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채권혼합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적극적으로 미국 증시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적금 중심이던 은퇴자산 운용이 글로벌 자산 배분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이 반영된 셈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는 상장 두 달여 만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상승장 참여 기회를 일부 확보하면서 옵션 프리미엄을 활용해 월 현금흐름을 만드는 구조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PLUS 200위클리커버드콜채권혼합 ETF’를 통해 퇴직연금과 월배당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코스피200과 국고채를 절반씩 담고 일부 옵션 매도로 분배 재원을 확보한다. 시세차익뿐 아니라 꾸준한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증권사 경쟁도 달라지고 있다. KB증권은 중개형 ISA 고객을 대상으로 세전 연 6% 수준 특판 ELB를 선보였다. KOSPI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지급형 상품으로, 변동성 장세 속 단기 자금을 절세 계좌 안에서 운용하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ISA 경쟁이 단순 이벤트를 넘어 장기 자산관리 고객 확보 경쟁으로 확산하는 배경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예탁자산 20조원을 넘어섰다. 해외주식 중심이던 이용자들이 국내주식과 연금, ISA, 펀드로 투자 범위를 넓히면서 거래 플랫폼은 종합 투자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단순 매매 창구가 아니라 투자와 절세, 장기 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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