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걸음이 다시 한국으로 향한다. 대만 ‘GTC 타이베이 2026’에서 차세대 AI 전략을 공개한 그는 이번 주 서울을 찾는다. 황 CEO의 방한은 단순한 해외 일정과는 결이 다르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넘어 AI PC와 로보틱스, 피지컬 AI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올해 세 번째 회동이 이뤄졌고, 서울에서는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이른바 ‘제2 깐부 회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까지 더해지며 황 CEO의 한국 일정은 산업과 문화의 경계를 함께 넘나드는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다. AI 공급망의 중심에 선 글로벌 CEO가 누구와 손을 맞잡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시장과 산업계의 관심도 그의 동선에 쏠리고 있다.
■ 대만서 다시 만난 최태원과 젠슨 황…HBM 동맹 더 굵어지다=황 CEO는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다음 전략을 직접 꺼냈다. 차세대 GPU 플랫폼 ‘베라 루빈’ 로드맵과 AI 팩토리, 피지컬 AI 전략을 공개하며 엔비디아가 단순 반도체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의 대만 일정 가운데 재계 시선을 모은 장면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이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황 CEO는 1일(현지시간) 최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과 만나 AI 메모리와 미래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회동 배경에는 HBM4 경쟁이 놓여 있다. 황 CEO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생산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베라 루빈 플랫폼에 적용된다고 공개했다. AI 경쟁이 단순한 연산 성능을 넘어 누가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망과 생산 역량을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와의 관계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과 만나 HBM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성능과 품질, 신뢰성, 공급 능력을 꼽으며 “그래서 우리는 SK와 매우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을 언급하며 “성공을 보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사진 속 황 CEO와 최 회장, 곽 사장이 어깨동무를 한 장면은 AI 메모리 공급망을 둘러싼 양사의 관계를 압축해 보여줬다. 공급 계약을 넘어 기술과 생산 전략을 함께 맞춰가는 파트너십의 성격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곽노정 사장도 회동 이후 “사업 비전과 파트너십 전반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만남을 AI 경쟁이 칩 성능을 넘어 공급망과 기술 동맹의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의 한 장면으로 보고 있다.
■ 서울 향하는 젠슨 황…HBM 넘어 AI PC·로보틱스까지=대만에서 던진 메시지는 곧 서울 일정으로 이어진다. 황 CEO는 GTC 일정을 마친 뒤 4일 저녁 입국해 5일부터 국내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재계는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제2 깐부 회동’에 시선을 두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장소로는 성수동과 홍대 일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 CEO의 전략 변화는 GTC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AI PC용 칩 ‘N1 X’를 처음 공개하며 AI 노트북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LPDDR5X 메모리 적용 가능성을 주시한다. 데이터센터용 HBM 중심이던 AI 수요가 개인용 기기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을 향한 황 CEO의 행보는 기술 협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한국을 AI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언급해왔고 치킨과 삼겹살, PC방 문화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깐부 회동’이 화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예능 무대까지 찾는다.
황 CEO는 전 세계 토크쇼 가운데 처음으로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을 결정했다. 글로벌 기술기업 CEO가 콘퍼런스와 재계 회동을 넘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장면은 한국과의 접점을 산업에서 문화로까지 넓히는 행보로 읽힌다.
그는 한국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황 CEO는 “우리는 항상 한국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며 로보틱스를 유력 분야로 꼽았다. “한국은 뛰어난 산업 역량을 갖췄지만 노동 인구는 줄고 있다”며 “AI와 로봇이 한국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네이버 1784 사옥 방문과 기업인 간담회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공급으로 시작된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의 협력이 AI PC와 로보틱스, 나아가 문화 접점으로까지 넓어질지, 이번 서울 일정이 그 범위를 가늠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