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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웃은 SK·HD현대, 숨 고른 LG…지주사 실적이 보여준 산업 재편

AI·조선·방산·전력 인프라 탄 지주사 질주…SK·HD현대·한화·LS 실적 급등
LG·CJ는 수익성 조정…롯데·DL·HS효성은 흑자전환으로 회복 신호
지주사도 달라졌다…지배구조 정점 넘어 그룹 미래전략의 성적표로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올해 1분기 주요 지주사들의 실적은 단순한 순위표가 아니었다. 같은 지주사라도 성장의 방향은 달랐다. 어떤 대기업은 AI와 방산, 전력 인프라를 앞세워 몸집과 이익을 동시에 키웠고, 어떤 곳은 투자와 수익 방어 사이 균형을 찾았다.  또 다른 지주사는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1분기 지주사 실적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한국 산업 지형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올해 1분기 대기업 지주사 실적은 크게 세 갈래로 구분된다. 산업 호황을 타고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키운 ‘확장형’, 투자와 실적 사이 균형을 조정한 ‘‘관리·전환형’’,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난 ‘회복형’ 지주사 등이다. 확장형 지주사의 중심에는 SK가 자리하고 있다. 또 LG는 ‘관리·전환형’ 지주사에, 롯데는 회복형 지주사의 대표주자로 평가된다. 

 

■ AI·조선·방산 올라탄 ‘확장형 지주사’…SK가 이끈 성장 경쟁=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는 1분기 매출 36조7512억원, 영업이익 3조6731억원, 당기순이익 9조90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7.6% 늘었지만 이익 증가 속도는 훨씬 빨랐다. 영업이익은 818.9%, 순이익은 175.8% 뛰었다.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AI 메모리 가치 상승과 에너지 사업 회복이 동시에 작동했다. 재무 부담과 사업 재편 논란이 이어졌던 SK는 이번 분기 AI·반도체 중심 지주사로 체질이 이동하고 있음을 실적으로 보여줬다.

 

HD현대는 조선업 부활을 실적에 담아냈다. 매출은 19조6019억원, 영업이익은 2조8347억원, 순이익은 2조2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20.3%, 순이익은 160.2% 증가했다. 고부가 선박 수주 확대와 해양·엔진 사업 개선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장기간 저가 수주와 침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조선업이 다시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산업으로 돌아왔다는 점이 선명했다.

 

한화와 LS 역시 산업 변화의 수혜를 실적으로 연결했다. 한화는 매출 21조4514억원, 영업이익 1조2667억원, 순이익 77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8.8%, 순이익은 66.5% 증가했다. 방산 수출 확대와 금융·에너지 계열사 경쟁력이 동시에 힘을 보탰다. 방산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더 이상 청사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분기였다.

 

LS는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매출은 37.4% 늘어난 9조5044억원, 영업이익은 56.3%, 순이익은 71.4%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확대와 글로벌 전력망 투자, 전선·전력기기 수요 증가는 AI 시대가 반도체만의 경쟁이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고 연결하는 산업의 경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투자·전환·수익 방어…LG와 포스코가 보여준 ‘관리·전환형’= LG는 1분기 매출 1조8006억원, 영업이익 4138억원, 순이익 37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54.1%, 순이익은 60.5% 감소했다. SK와는 방향이 달랐다. SK가 AI 메모리 사이클을 타고 급반등했다면 LG는 배터리와 미래사업 투자 확대 속에서 수익성 조정기를 지나고 있었다. 전장·배터리·AI 투자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단기 부담이 커졌지만 안정적 지주사로서 투자와 수익 방어 사이 균형을 다시 맞추는 국면에 들어섰다.

 

포스코홀딩스와 GS는 회복과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포스코홀딩스는 매출 증가 폭이 2.5%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24.3%, 순이익은 57.8% 늘었다. 철강 업황 저점 통과와 원가 구조 개선이 실적을 떠받쳤다. 동시에 철강 중심 그룹에서 이차전지 소재 비중을 키우는 변화도 이어졌다. 기업가치의 향방은 철강 회복뿐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GS는 정유와 발전 사업 회복이 실적을 이끌었다. 영업이익은 57.2%, 순이익은 183.6% 늘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발전 부문 개선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살아났다. 정유 중심 지주사였던 GS가 발전과 에너지 인프라 비중을 키우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CJ와 한국앤컴퍼니는 공격적 확장보다 안정적 운영에 무게를 뒀다. CJ는 매출이 8% 증가한 11조451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6.1% 감소했다. 물류와 식품, 콘텐츠 사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상 소비와 경기 흐름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한국앤컴퍼니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은 7.9% 증가하며 안정적 수익 관리에 집중했다.

 

■ 구조조정 효과 본격화…롯데가 이끄는 ‘회복형 지주사’= 롯데는 매출 증가율이 1%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156.9% 늘었고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유통과 화학 부문의 구조조정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형 성장보다 사업 효율화와 재무 안정에 집중한 전략이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

 

DL 역시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HS효성도 매출 감소 속에서 순이익을 흑자로 돌렸다. 효성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했고 DB는 순이익이 40% 늘었다. 한진칼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이 94% 증가하며 항공업 회복 흐름을 보여줬다.

 

올해 1분기 지주사 실적은 결국 산업 선택의 결과였다. AI와 조선, 방산과 전력 인프라를 품은 확장형 지주사는 성장의 속도를 높였고, 관리·전환형 지주사는 투자와 수익 방어 사이 균형을 모색했다. 회복형 지주사는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의 가능성을 만들었다. 지주사들의 실적 격차는 어떤 산업을 품고 어떤 전략을 선택했는지의 차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지주사가 그룹 꼭대기에서 지배구조를 관리하는 조직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담"며 "어느 산업에 올라탔고 어떤 미래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전략이 실제 숫자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 바로 지주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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