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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소문 사고가 남긴 교훈…방치한 위험 없어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는 철거 작업이 아니라 구조물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위험을 점검하던 순간 구조물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이번 사고의 무게감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시민들이 붙드는 질문 역시 사고 장면 자체보다 그 이전을 향한다. 우리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었던 것일까하는 문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상판 절단 작업 과정에서 약 2.9㎝ 단차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구조물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의미다. 이후 외부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 상태를 확인하던 과정에서 상판 일부와 거더가 붕괴했다.

 

전문가들은 공통된 지점을 짚는다. 이상 신호가 확인된 순간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조치는 현장 접근을 최소화하고 사람부터 물리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드론과 원격 장비를 통한 확인, 임시 보강, 선로와 도로 통제 같은 보수적 대응이 우선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사고 지점 아래로 KTX와 경의중앙선이 하루 수백 차례 오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붕괴는 더 큰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사고 이후 대응은 신속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원청·하청업체와 감리사,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고 서울시도 특별점검 계획을 내놨다.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시민들이 묻는 것은 점검 숫자가 아니다. 왜 위험 신호가 쌓일 때는 움직임이 더뎠고, 사고 이후에야 가장 빠른 행정이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서소문 고가는 하루아침에 위험해진 시설이 아니다.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서울 시내 교량 가운데 유일하게 D등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에도 콘크리트 탈락과 구조물 손상, 안전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위험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근본 대응은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했다.

 

더 씁쓸한 장면은 사고 이후 정치권에서 이어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희생자 추모와 원인 규명보다 경찰의 서울시 압수수색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책임 공방이 먼저 등장했다. 책임은 끝까지 따지고, 물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 원인보다 정치적 유불리가 앞서는 순간 안전은 다시 정쟁의 언어 속으로 밀려날 수 있다. 시민의 생명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검단 아파트 붕괴와 광주 화정동 참사,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까지 돌아보면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위험 신호는 있었고 대응은 늦었다. 일정과 비용, 익숙한 관행이 안전보다 앞서는 순간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가 된다.

 

사고는 늘 갑자기 발생한다. 그러나 안전 실패는 오래된 방치와 안일함 속에서 자란다. 서소문은 예고 없는 사고가 아니었다. 위험 신호를 보면서도 늦게 움직인 결과였다. 이번 서소문 경고마저 흘려보낸다면 우리가 방치한 위험은 또 다른 이름으로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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