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과 기업의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이전에 이어 최근 국내 최대 해운사 가운데 하나인 HMM이 서울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식 결정하면서 기업 입지 전략에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상장사의 실제 본사 분포를 살펴보면 수도권 중심 구조는 여전히 뚜렷했다.
28일 한국CXO연구소가 ‘2025년 매출 1000대 상장사 법인 소재지 현황 분석’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작년 상장사 중 매출(별도·개별 기준) 상위 1000곳이고, 법인 소재지는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주소지 현황을 토대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매출 1000대 상장사의 본사 분포를 들여다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뚜렷했다. 조사 대상 1000개 기업 가운데 700곳이 서울·경기·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서울이 405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263곳, 인천 32곳 순이었다. 매출 상위 기업 10곳 중 7곳이 수도권에 자리한 셈이다.
초대형 기업일수록 서울 편중은 더욱 선명했다.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넘긴 ‘10조 클럽’ 40개 기업 가운데 30곳이 서울을 법인 소재지로 두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두고 있고, 금융·유통·서비스 대기업 상당수도 서울에 몰려 있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자본, 전문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산업 구조가 숫자로 드러났다.

제조업은 다른 경향도 보였다. 국내 매출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시에, SK하이닉스는 이천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인천 동구에 자리하고 있다.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거점,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중요한 제조업 특성상 서울 도심보다 산업 기반과 연결된 지역을 택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부울경 권역이 가장 두드러졌다. 부울경에 본사를 둔 1000대 기업은 111곳으로 전체의 11% 수준이었다. 특히 경남은 50곳으로 서울·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기업 본사를 보유한 광역지자체였다. 거제의 한화오션을 비롯해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현대로템·현대위아 등 중공업·방산·기계 기업들이 지역 산업의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부산에는 37개 기업 본사가 자리했다. HJ중공업과 성우하이텍, 화승인더스트리가 대표적이다. 최근 HMM의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서 부산도 처음으로 ‘10조 클럽’ 해운기업 본사를 품게 됐다. 울산은 24개 기업이 1000대 기업에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조선·정유·화학 기업들이 포진하며 산업도시의 기반을 지탱하고 있었다.
충청권은 반도체·바이오·소비재 산업을 중심으로 또 다른 기업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충남·충북·대전·세종에 본사를 둔 1000대 기업은 87곳이었다. 충남에는 코웨이·동원시스템즈·하나마이크론, 충북에는 현대엘리베이터·심텍·HK이노엔, 대전에는 KT&G·한온시스템·계룡건설산업, 세종에는 한국콜마 등이 자리했다. 수도권과 가까운 입지와 산업단지 기반이 맞물리며 충청권의 기업 밀집도도 점차 높아지는 흐름이다.

대구·경북권에는 59개 기업이 포진했다. 경북 33곳, 대구 26곳이다. 경북에서는 한화시스템과 POSCO홀딩스가, 대구에서는 한국가스공사와 에스엘, 엘앤에프 등이 지역 산업을 이끌고 있다. 전남·전북·광주를 포함한 호남권은 모두 29곳이었다. 한국전력이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금호건설·한전KPS도 같은 지역에 자리했다. 전북에서는 하림이 유일한 ‘1조 클럽’ 기업으로 조사됐다. 강원과 제주는 각각 8곳과 6곳에 그쳤으며 강원랜드, 카카오, 제주항공 등이 지역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기초지자체 기준으로는 서울 강남구가 89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업 본사를 보유했다. 이어 성남시와 서울 중구가 각각 63곳, 서울 서초구 47곳, 영등포구 46곳, 경기 화성시 41곳 순이었다. 강남구에는 현대모비스·포스코인터내셔널·DB손해보험·GS리테일 등이, 성남시에는 KT·네이버·SK가스, 중구에는 기업은행·이마트·SK텔레콤이 자리했다. 영등포구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LG 계열사가 집중돼 있었다.
비수도권 기초지자체 가운데서는 경남 창원시가 가장 두드러졌다. 창원에는 25개 기업 본사가 몰려 있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현대위아·현대로템 등이 집적됐다. 이어 충북 충주시(15곳), 충남 천안시(14곳), 경북 구미·포항(각 11곳), 울산 울주군(10곳)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과 일부 산업도시에 기업 본사가 집중되는 흐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편중되다 보니 비수도권과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여러 지표에서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려면 기업들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과 인센티브를 정부 차원에서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관점의 다양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