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에서도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법원이 삼성전자 측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면서 파업 정국도 새로운 변수와 만났다.
18일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 도중 취재진과 만나 현재 상황을 묻는 질문에 “평행선”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아직 중노위 차원의 조정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조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막판 타결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회의장에 참석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과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 피플팀장, 김형로 부사장 등 노사 관계자들은 취재진 질문에 말을 아꼈다. 오전에는 양측 기본 입장을 확인했고, 오후부터는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폐지 여부 등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정은 사실상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동안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DS부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연봉 50% 수준으로 제한된 상한 역시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분위기는 다르다. 삼성전자는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기반 성과급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재원 확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노사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회의장 안팎에서는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날 법원 판단까지 나오면서 노사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등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 기간에도 웨이퍼 변질 방지와 설비 손상 예방, 방재·배기·배수시설 운영 등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은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생산·연구라인과 전기·전산시설, 화학물질 보관시설 등에 대한 점거 역시 금지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사내 공지를 내고 “법원이 보안작업과 안전보호시설 유지 업무는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또 법원이 언급한 ‘평상시 수준’ 해석과 관련해 노조 측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가 “주말 또는 휴일 수준 인력만 유지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하자 삼성전자는 “결정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맞섰다.
삼성전자는 “법원은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 수준을 유지하라고 결정문에 적시했다”며 “평일에는 평일 수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정상 출근이 필요한 부서와 인력에 대해 별도 안내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물러설 뜻이 없다는 분위기다. 노조 법률대리인은 “법원 결정을 존중해 예정된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며 “실질적인 쟁의권 행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오히려 필수 유지 인력이 사측 주장보다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주말 또는 연휴 수준의 인력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실제 근무 인원은 회사가 주장한 7000명보다 적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전체 셧다운 같은 최악의 상황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연속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만큼 일부 설비 이상이나 웨이퍼 손상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의 특수성과 안전 문제를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라며 “다만 노조 역시 총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현장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이번 교섭이 파업을 막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노동계는 “노동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파업 예고일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이다. 중노위 조정과 법원 판단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반도체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2차 사후조정 결과가 총파업 수위와 향후 노사 관계를 판가름할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