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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앤 데이터] 대기업 1분기 156조 벌었지만 '삼전닉스'만 웃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95조원…500대 기업 이익의 60% 차지
증권·석유화학은 살아났지만 배터리·항공·유통은 여전히 부진
“AI 특수에 실적 쏠림 심화”…산업 양극화 우려 커져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은 숫자만 보면 기록적이었다. 영업이익은 156조원을 넘어섰고 증가율도 지난해보다 150% 이상 뛰었다.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성적표만 보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이익 대부분을 끌어올리면서 업종별 온도 차가 극명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반면 배터리와 화학, 항공, 유통 업종은 여전히 무거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숫자는 화려했지만 체감경기는 따라오지 못한 셈이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 15일까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28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56조3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6% 늘어난 규모다. 매출 역시 1036조3970억원으로 29.4% 증가했다.

 

겉으로는 대부분 업종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숫자를 뜯어보면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 영업이익만 합쳐도 94조8431억원에 달했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영업이익의 60%를 넘는 수준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을 두 반도체 기업이 가져간 셈이다. 올해 1분기엔 '삼전닉스'만 웃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AI 산업 확대가 기업 실적 구조 자체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면서 서버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그 과정에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 그 효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756.1%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43조6011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매출도 133조8734억원으로 69.2%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반도체 경쟁력 약화와 실적 둔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하지만 AI 시장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재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경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높아졌다”며 “반도체 산업이 다시 국내 기업 실적 전체를 끌고 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 시장 확대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은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6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5% 증가했다. 매출은 52조5763억원으로 198.1% 늘었다. 특히 엔비디아 AI 서버용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가 실적 상승을 이끈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재계에서는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두 기업과 나머지 기업들 사이 격차도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은 기업은 한국전력공사가 유일했다. 한국전력공사는 3조78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2조5147억원), 기아(2조2051억원), LG전자(1조6737억원), GS칼텍스(1조6367억원), 한국수력원자력(1조4674억원), 미래에셋캐피탈(1조4474억원), 미래에셋증권(1조37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IT·전기·전자 업종 강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해당 업종 영업이익은 98조12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93.1% 증가했다. AI 서버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반도체 기업 중심 실적 개선이 이어진 결과다. 

 

증권업도 예상 밖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 상승과 거래대금 증가, 신용거래 확대 영향으로 증권사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캐피탈이 나란히 영업이익 상위권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 자금이 AI 반도체 관련 종목 중심으로 몰린 점도 증권업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1분기 영업이익은 8조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1% 증가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된 영향이다. 유통과 건설·건자재, 철강 업종 역시 두 자릿수 안팎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이런 회복 흐름이 길게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부터는 고가 원유 투입 부담이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배터리 업계 분위기는 정반대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47억원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삼성SDI 역시 155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도 49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항공과 소비 업종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524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코리아세븐 역시 19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소비 둔화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겹친 결과다. 하이브 역시 투자 비용 증가 영향으로 196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를 두고 “숫자만 보면 초호황처럼 보이지만 실제 산업 현장 분위기와는 차이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반도체 기업에 이익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산업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 실적과 증시 흐름이 다시 반도체 업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AI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실적 호황이 가능하겠지만 업황이 흔들릴 경우 충격 역시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대기업 실적 흐름 역시 AI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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