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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백화점 이사회도 세대교체…‘영업통’ 줄고 AI·글로벌 전략가 부상

현대백화점은 현장형 조직 유지…신세계는 브랜드·콘텐츠 전략 강화
롯데쇼핑, AI·플랫폼 조직 확대 속도…사외이사회도 IT·글로벌 전문가 전면 배치
“오프라인만으론 성장 한계”…유통업계 인재 기준, 영업 중심서 데이터·콘텐츠로 이동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백화점업계 이사회 구성이 최근 3년새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한때 백화점업계에서 핵심 임원의 기준은 비교적 분명했다. 핵심 점포를 거친 점장 출신과 영업본부장, 재무·관리 전문가들이 조직 중심을 맡았고 사외이사회 역시 관료와 회계·법률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롯데쇼핑의 임원·사외이사 구성을 살펴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인공지능(AI)와 플랫폼, 글로벌 브랜드, 콘텐츠, ESG 분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경영 전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 운영 경험만으로는 더 이상 유통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들도 조직 체질을 빠르게 바꾸는 모습이다.

 

실제 등기이사와 주요 임원 구성 변화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2023년과 비교해 2026년 들어 백화점 3사의 사내이사 평균 연령은 모두 낮아지는 등 세대교체가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58세에서 55세, 신세계는 57세에서 54세, 롯데쇼핑은 56세에서 52세로 내려갔다. 반면 40대 임원 비율은 현대백화점이 18%에서 26%, 신세계는 22%에서 31%, 롯데쇼핑은 25%에서 37%로 높아졌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현장 경험만큼 디지털 감각과 플랫폼 이해도가 중요해졌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여전히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색채가 강하다. 정지영 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 상당수가 점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친 ‘정통 유통맨’ 출신이다. 주요 경영진을 보면 백화점 매장 운영과 MD, 영업 조직 경험을 가진 인물 비중이 높다. 고객 접점 경쟁력이 결국 백화점 사업의 핵심이라는 현대백화점 특유의 조직 문화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다른 유통 대기업과 비교해 지방대 출신 실무형 임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꼽힌다. 부산대·경북대·동아대·전북대 출신 임원들이 점포 운영과 영업 조직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방대 출신 임원 비율은 2026년 기준 약 23% 수준으로 3사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SKY 출신 비율은 약 35%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학벌보다 현장 경험과 실적을 우선하는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ㅏㄴ 최근 들어 조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사업본부와 플랫폼사업부, 신규점 개발 조직이 강화되면서 콘텐츠·데이터·마케팅 전문가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미래형 복합쇼핑몰과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졌다. 여성 임원 비율 역시 2023년 6% 수준에서 올해 11% 안팎까지 높아졌다.

 

사외이사회 변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금융권과 공정거래·세무 전문가 중심 구조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유통·마케팅·소비 트렌드 전문가 비중이 커지고 있다. 최자영 숭실대 교수와 정연승 단국대 교수 등이 새롭게 합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현대백화점 사외이사회에서 관료·법률 전문가 비율은 62%에서 48%로 낮아졌고 ESG·소비자정책 전문가 비중은 7%에서 18%로 높아졌다. 사외이사 평균 연령도 63세에서 58세로 낮아졌다.

 

신세계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정유경 회장 체제 이후 신세계는 패션·뷰티·아트·브랜드 경쟁력을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과거 백화점 운영 중심 조직이었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와 디자인, 글로벌 브랜드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경영 전면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백화점 3사 가운데 글로벌·브랜드형 조직 색채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임원 기준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및 해외 대학 출신 비율이 65% 수준에 달한다. 해외 대학 출신 비율도 2023년 12%에서 2026년 15%로 높아졌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출신인 정유경 회장을 비롯해 워싱턴주립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웰즐리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했다. 장수진 전무와 백지원 상무보, 김경은 총괄 등은 패션·브랜드·아트 분야 경험을 갖춘 대표적인 인물들로 꼽힌다.

 

여성 임원 확대도 백화점 빅3중 가장 두드러진다. 신세계 여성 임원 비율은 2023년 약 12%에서 올해 18% 수준까지 높아졌다.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니라 패션·브랜드·콘텐츠 부문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 여성 임원들이 다수 배치된 점도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상품 판매 중심 백화점에서 라이프스타일·브랜드 플랫폼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외이사회 역시 정책·법률·소비자 보호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최난설헌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곽세붕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진희선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ESG·소비자정책 전문가 비율은 12%에서 21%로 높아졌다. 반면 관료·법률 전문가 비율은 71%에서 65%로 낮아졌다. 과거 규제 대응 중심 이사회에서 소비자 정책과 브랜드 리스크 관리 기능까지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 변화는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력했다. 과거 롯데 특유의 영업·관리 중심 조직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AI·플랫폼·글로벌 소비재 전문가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AI STUDIO와 플랫폼·AI부문, 온라인혁신TF 조직 등이 대표 사례다.

 

특히 롯데쇼핑은 세 회사 가운데 디지털 조직 확대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40대 임원 비율은 2023년 25%에서 올해 37%까지 높아졌다. 사내이사 평균 연령 역시 52세로 가장 낮다. 이커머스와 데이터 조직 책임자 상당수가 MBA나 IT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 내부에서는 점포 운영 경험보다 플랫폼 전략과 데이터 활용 능력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이전보다 강해졌다.

 

사외이사회 재편 역시 가장 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재무·감사 중심이던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소비재·IT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우미영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과 카나이 히로유키 전 헨켈재팬 최고영영자(CEO), 조현근 전 디아지오 아시아태평양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롯데쇼핑의 IT·글로벌 소비재 전문가 비율은 9%에서 32%로 급증했다. 반면 관료·법률 전문가 비율은 58%에서 39%로 크게 낮아졌다.

 

이들 백화점 3사 모두 모두 여전히 서울 주요 대학 출신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2026년 기준 서울권 대학 출신 비율은 현대백화점 71%, 신세계 78%, 롯데쇼핑 73% 수준이다. 최근에는 해외 대학 출신과 글로벌 경력자, IT·플랫폼 전문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변화가 단순한 인사 스타일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백화점 산업 자체가 오프라인 점포 경쟁 중심에서 플랫폼·콘텐츠·데이터 경쟁 체제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점포 운영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데이터와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경영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백화점업계 이사회는 영업형 조직에서 디지털·글로벌 전략형 조직으로 더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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