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 번호를 조작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활용하도록 한 통신업체 관계자들과 수억건의 ‘미끼 문자’를 유포한 문자 발송업체 운영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실제 은행 대표번호가 휴대전화 화면에 그대로 표시되면서 피해자 상당수는 정상 금융기관 전화로 믿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 전화 사기를 넘어 통신망과 문자 발송 시스템 자체가 범죄 인프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금융기관 대표번호 변작에 가담한 통신업체 관계자와 보이스피싱용 문자 발송업체 운영자 등 39명을 검거하고 이중 5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챙긴 범죄수익 89억2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 관리자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신망 접속 권한과 관리자 계정을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피싱 조직은 해당 권한을 이용해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한 뒤 대출 광고와 카드 발급 안내 음성 등을 대량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휴대전화에는 실제 은행 대표번호가 그대로 표시됐다. 이후 “카드 발급이 완료됐다”거나 “저금리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는 자동응답 음성이 흘러나오면서 피해자 상당수는 실제 금융기관 상담으로 오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회사 통신망을 통해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18만건의 금융기관 사칭 음성광고가 발송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41명, 피해 금액은 94억원 상당이다.
문자 발송업체들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문자 발송업체 18곳은 카드 결제와 배송 안내, 구인·구직 등을 사칭한 미끼 문자를 대량 발송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송된 문자만 약 5억8000만건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42명, 피해 금액은 86억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건은 기존 보이스피싱 대응 방식까지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낯선 번호나 해외 발신 번호를 경계하는 방식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지만 이제는 실제 금융기관 대표번호 자체가 범죄에 활용되면서 소비자들이 전화번호만으로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 전달책 검거를 넘어 통신망 제공 단계부터 문자 유통 구조까지 보이스피싱 공급망 전반을 추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 대표번호가 표시되더라도 반드시 해당 기관 공식 번호로 다시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발신번호 변작과 미끼 문자 유포 구조 전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