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 증시는 긴 침체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 성장 둔화 우려와 글로벌 경기 불안,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시장 전체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이 시작되자 이같은 모습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글로벌 자금은 AI 반도체로 향했고, 국내 증시 판도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11개월 만에 450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반도체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사이 게임과 해운, 일부 바이오 업종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나며 업종 간 온도차도 한층 뚜렷해졌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의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2일 2597조4904억원에서 올해 5월 11일 7088조3044억원으로 증가했다. 11개월 동안 늘어난 금액만 4490조8140억원이다. 상승률은 172.9%에 달했다.
최근 증시 상승 속도는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실제 2015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0년 동안 국내 증시 시총 증가 규모는 1149조8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쌓인 증가분보다 최근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불어난 규모가 훨씬 컸다는 의미다.

이번 증시 급등의 중심에는 AI 반도체가 있었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나섰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시장 자금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빠르게 몰렸다.
삼성전자 시총은 지난해 6월 초 336조2354억원에서 올해 5월 기준 1669조1125억원으로 뛰었다. 11개월 만에 1332조8771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SK하이닉스 상승 폭은 더욱 가팔랐다. 같은 기간 시총은 151조605억원에서 1339조8804억원으로 커졌다. 증가액은 1188조8200억원에 달했다. 두 기업의 시총 증가액을 합치면 2521조6971억원이다. 전체 시총 증가분의 56.2%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 증시 상승분 절반 이상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나온 셈이다.
시장 영향력 역시 빠르게 커졌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비중은 10년 전 10%대 초반 수준에서 올해 23.5%까지 올라갔고, SK하이닉스 역시 1%대였던 비중이 18.9%까지 확대됐다.
그룹 단위로 보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삼성과 SK 두 그룹 상장사의 시총 비중은 전체의 54.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6월 31.0% 수준과 비교하면 불과 1년도 안 돼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SK그룹의 질주가 눈에 띄었다. SK그룹 시총은 227조1724억원에서 1616조8602억원으로 급증하며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을 제치고 재계 시총 순위 2위로 올라섰다. 사실상 SK하이닉스가 그룹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시장의 조명을 받지 못한 업종들은 상대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시총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크래프톤이었다. 크래프톤 시총은 17조6339억원에서 13조4877억원으로 줄었다. HMM과 한진칼, 유한양행, 파마리서치, 넷마블 등도 감소 폭이 컸다.

업종별 양극화도 갈수록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AI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게임과 해운, 일부 바이오 업종은 시장 중심에서 밀려나는 흐름이 이어졌다. 경기 둔화 우려와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성장 기대감이 약해진 업종들의 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AI 중심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시장 전체가 일부 초대형 반도체 종목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변동성 역시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산업 확대가 국내 증시 흐름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며 “다만 시장이 특정 업종과 종목 중심으로 과도하게 쏠릴 경우 상승 국면 이후 변동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