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정용진의 '이마트' vs 정유경 '신세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 남매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실적만 살펴보면 정유경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신세계가 살짝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우상향하는 등 트리플 성장를 거둔 반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는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신세계그룹 실적 발표 뒤 유통업계의 시선은 성적표에 드러난 숫자보다 '용진-유경' 신세계 남매의 경영전략 차이에 더 쏠히고 있다.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을 앞세워 프리미엄 소비 시장 장악력을 키웠고, 정용진 회장은 침체했던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구조를 다시 움직이는 데 집중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과 성장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매출 3조2144억원, 영업이익 19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88.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실적 중심에는 백화점 사업 회복이 있었다. 강남점과 본점 리뉴얼을 통해 명품과 식음 콘텐츠를 강화한 전략이 효과를 냈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 흐름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실제 신세계 본점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140% 증가했고 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고급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단순히 명품 브랜드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음과 문화, 공간 경험까지 함께 강화하면서 백화점 소비 방식 자체를 바꿔놨다는 것이다.
면세점 사업도 달라졌다. 신세계디에프는 개별관광객 중심 영업 확대와 할인 구조 조정 효과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때 중국 단체관광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았던 사업 구조를 수익 중심으로 재편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정용진 회장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머물렀다. 정 회장이 집중한 건 백화점보다 대형마트와 오프라인 플랫폼 변화였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매출 7조1234억원, 영업이익 1783억원을 기록했다.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9%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이다.
시장에서는 단순 실적보다 변화 흐름 자체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오랜 기간 침체를 겪었던 대형마트 사업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이 강조해온 공간 혁신 전략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한 일산점 매출은 75.1% 증가했고 방문 고객 수는 2배 이상 늘었다. 리뉴얼 점포의 3시간 이상 장기 체류 고객 비중도 평균 87.1%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오래 머물고 즐기는 공간으로 점포 역할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온라인과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오프라인만의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스타필드 마켓 죽전과 청라, 트레이더스 구월점 등을 직접 찾으며 현장 경영에도 힘을 싣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장 중심 의사결정이 점포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회사 흐름에서도 두 사람의 전략 차이는 드러났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고,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와 G마켓 등 미래 성장 축 회복에 무게를 뒀다. 특히 정 회장이 공을 들여온 트레이더스는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G마켓 역시 거래액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신세계와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신세계 남매 경영의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장면으로 보고 있다. 정유경 회장이 프리미엄 소비 시장 장악력과 수익성 강화에 집중했다면, 정용진 회장은 침체했던 오프라인 유통 구조를 다시 움직이는 데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이 지금 잘되는 시장을 더 강하게 키우는 스타일이라면, 정용진 회장은 정체된 사업 구조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데 강점이 있는 경영자”라며 “같은 그룹 안에서도 두 사람의 경영 방식과 전략 방향은 갈수록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