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통신3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겉으로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무선 가입자는 꾸준히 늘었고 인터넷과 IPTV 사업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AI 데이터센터(AIDC)와 클라우드, AX(AI 전환) 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에 따라 수익 흐름과 시장 평가가 갈렸기 때문이다.
한때 통신업계 경쟁은 가입자 확보와 보조금, 점유율 확대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GPU와 데이터센터, 기업용 AI 플랫폼, 클라우드 수주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 본업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AI 인프라 사업이 사실상 차세대 먹거리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은 이런 변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SK텔레콤은 통신3사 가운데 AI 인프라 사업 확대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923억원, 영업이익 5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5.2% 감소했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3배 이상 늘며 회복세가 뚜렷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증가했다. 가산 AI 데이터센터 가동률 상승과 GPUaaS(GPU-as-a-Service)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생성형 AI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GPU와 데이터센터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통신3사 가운데 AI 인프라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선 사업도 비교적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휴대전화 가입자 21만명 순증을 기록했고 이동전화 매출도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멤버십 혜택 확대와 요금제 개편 등이 가입자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박종석 SKT CFO는 “지난 1분기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하고, 정예화 된 AI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 나간다는 올해 목표에 맞춰 실제 성과를 낸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실적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본업과 AI 인프라 사업이 함께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8037억원, 영업이익은 2723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영업이익은 6.6% 증가했다. 통신3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했다. 모바일과 스마트홈, 기업인프라 사업이 고르게 성장한 점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전체 모바일 가입회선은 3093만개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고 5G 가입자는 947만명까지 늘었다. IPTV와 인터넷 사업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인프라 부문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LG유플러스의 AIDC 사업 매출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단순 서버 공간 임대 중심에서 벗어나 설계·구축·운영(DBO) 사업 비중을 키운 점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LG유플러스는 통신 본업의 수익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AX 사업의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같은 전략적 방향을 일관되게 추진해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수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컸다. KT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조77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827억원으로 29.9%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1.5% 감소한 38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회성 분양이익 기저 부담에 더해 고객 보상 프로그램과 보안 대응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다만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실적 방어가 안정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KT는 무선 가입자 순증 흐름과 IPTV·인터넷 가입자 증가세를 이어갔다. 5G 가입자 비중은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82.7%까지 올라갔다. 최근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결합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구독형 서비스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KT 역시 AI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와 협력해 금융·공공 분야 AX 사업 확대에 나섰고 KT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KT에스테이트는 대전 괴정동 분양 사업 영향으로 매출이 72.9% 증가하며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KT CFO 민혜병 전무는 “1분기는 고객 침해사고에 따른 고객 보답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보안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B2C·B2B 사업의 경쟁력을 공고히 한 시기였다”며 “앞으로 AX Platform Company 비전 아래 AX 기반 성장을 지속하고 수익성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통신3사의 경쟁 구도가 한 단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가입자 점유율과 마케팅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많은 GPU와 데이터센터, AI 고객사를 확보하느냐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 초기에는 가입자 확보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AI 인프라 경쟁으로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통신3사의 실적 격차도 AI 사업 경쟁력에 따라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