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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앤 데이터] 코스피 7500 시대 '재계 판도' 달라졌다

50대 그룹 시가총액 최근 5년새 시가총액 3배 급증
두산·HD현대·한화 약진…조선·중공업 계열 재평가
네이버·카카오·쿠팡은 시총 비율 하락…플랫폼 강세 주춤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코스피가 7500선을 넘어선 가운데 재계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증시가 오른 수준을 넘어 시장이 기업 가치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산 규모가 그룹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떤 산업에 올라타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성장 여력이 있는지가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국내 50대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공정자산 규모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의 몸집보다 시장 기대가 더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과 인터넷 기업 중심이던 시장 분위기가 최근에는 조선·중공업·방산·반도체·전력 인프라 계열로 이동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50대 그룹 공정자산은 3264조784억원으로 2021년보다 51.0% 증가했다. 반면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881조1575억원에서 5403조2961억원으로 187.2% 늘었다. 공정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 역시 2021년 0.87배에서 올해 1.66배로 높아지며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공정자산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상위 그룹으로 시장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도 뚜렷했다. 자산 집중도는 낮아졌지만 시가총액 집중도는 75%까지 올라갔다. 시장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과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50대 그룹 계열사는 1917개에서 2127개로 늘었고 상장사도 240개에서 270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자산 규모를 넘어선 그룹은 전체 50대 그룹 가운데 18곳에 그쳤다. 상장사가 없는 부영과 한국지엠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룹은 여전히 자산 규모가 시가총액보다 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2021년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0.56배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4.39배까지 높아졌다. 자산 규모는 4%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시가총액은 5년 새 7배이상 증가했다. 원전과 전력기기,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평가가 빠르게 달라진 영향이다.

 

SK그룹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2021년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0.84배였던 SK는 올해 3.33배까지 올라섰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영향이 컸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 흐름 속에서 시장 기대가 집중된 결과다. 계열사 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그룹 전체 가치가 빠르게 커졌다.

 

삼성 역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투자 확대 흐름 속에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의 시가총액은 2021년 749조원 수준에서 올해 2136조원까지 늘었다. 자산 증가 속도보다 시장 평가 상승 폭이 훨씬 컸다.

 

조선업 회복 흐름도 재계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HD현대는 조선업 호황과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 영향으로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방산과 엔진 사업 성장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자산 대비 시총 비율도 2배를 넘어섰다. 한동안 침체 산업으로 분류됐던 조선업이 다시 시장 중심 업종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효성 역시 전력기기 사업 재평가 흐름 속에 시총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효성의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은 0.77배에서 2.30배로 높아졌다.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이 시장 기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화도 재계 순위 변화의 중심에 섰다. 한화는 방산과 에너지, 조선 계열 성장에 힘입어 롯데를 제치고 처음으로 5대 그룹에 진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증시에서 방산과 조선, 에너지 계열이 동시에 강세를 보인 흐름이 그룹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대기업집단 편입 당시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13.89배에 달했지만 올해는 1.76배까지 낮아졌다. 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시장 기대는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룹 순위는 60위에서 22위까지 무려 38단계나 상승했다.

 

네이버 역시 자산은 2배 이상 늘었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산 대비 시총 비율도 4.39배에서 1.12배로 낮아졌다. 카카오와 셀트리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플랫폼과 바이오 기업에 몰렸던 시장 기대보다 최근에는 실적과 현금창출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는 꾸준히 커졌지만 시가총액은 감소하면서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0.11배에 머물렀다. 시장이 유통업 성장성에 과거 같은 높은 평가를 주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순위 변화도 뚜렷했다. HD현대는 9위에서 8위로 올라섰고, 한화는 7위에서 5위로 2단계 상승했다. 반면 롯데와 포스코, GS 등 전통 그룹들은 순위가 내려갔다. 10대 그룹 밖에서는 쿠팡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HMM과 중흥건설, 장금상선, 한국앤컴퍼니 등도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교보생명과 부영, 넷마블 등은 순위가 하락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흐름을 두고 시장 자금이 향하는 산업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과 인터넷 기업이 시장 기대를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와 조선, 전력·방산처럼 실제 수주와 생산 기반을 갖춘 제조업 계열이 다시 시장 중심으로 올라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산 규모 자체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산업 흐름에 올라타 있느냐가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재계 판도가 바뀌는 속도도 예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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