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이선주 대표 취임후 LG생활건강의 변화는 조직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과거 LG생활건강은 ‘후’를 중심으로 한 럭셔리 화장품 전략에 힘을 실어왔다. 중국 소비 확대와 면세 시장 성장 흐름 속에서 이 방식은 높은 수익성을 가져왔다. 실제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구조는 오랫동안 LG생활건강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뷰티시장 환경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중국 소비 둔화와 면세 채널 부진이 이어졌고, 현지 브랜드 경쟁력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과거처럼 대형 브랜드 하나가 시장을 압도하는 구조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온라인 기반 인디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 취향 역시 세분화되는 흐름이다.
이선주 대표가 LG생활건강 지휘봉을 잡은 뒤 브랜드 전략 재편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브랜드와 특정 시장에 지나치게 기대는 구조로는 장기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하나의 대표 브랜드’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성장 브랜드를 동시에 키우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조직 체계부터 손봤다. 기존 뷰티·HDB 중심 구조를 럭셔리뷰티, 더마&컨템포러리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네오뷰티, HDB 등 5개 사업부 체제로 재편했다. 단순 조직 명칭 변경이라기보다 브랜드별 성격과 성장 단계, 소비층 특성에 따라 의사결정 구조를 세분화한 데 집중했다.
뷰티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브랜드별 속도를 다르게 가져가기 위한 구조”라는 해석도 나왔다. 과거에는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자원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중소형 성장 브랜드 육성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받는 부문은 네오뷰티 사업부다. 기존 생활용품 영역에 있던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등을 별도 성장 카테고리로 끌어올렸다. 두피 케어와 오랄케어는 과거 생활용품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뷰티와 헬스케어 경계가 흐려지면서 프리미엄 관리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실제 소비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피부를 꾸미는 화장품보다 기능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두피 건강과 탈모 관리, 구강 케어 같은 영역도 ‘관리형 소비’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더마·웰니스·헬스케어 영역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생활건강이 해당 영역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기존 화장품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다. 뷰티업계에서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뷰티 카테고리로 키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대표는 브랜드 운영 방식도 개편했다. 이 대표는 품목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시장에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히어로 제품’ 육성에 무게를 뒀다. 대표 제품 하나로 브랜드 인지도를 키운 뒤 라인업과 유통망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과 비슷하다.
북미 시장에서도 이같은 브랜드 전략이 적용됐다. 닥터그루트는 아마존과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초기 수요를 확보한 뒤 코스트코와 세포라 등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CNP와 빌리프 역시 얼타뷰티 등을 통해 현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과거 중국 면세 중심 판매 방식과 달리 현지 플랫폼과 유통망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은 브랜드 방향성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이 럭셔리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더마·두피케어·오랄케어·비건 등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카테고리 비중에 역점을 쏟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 브랜드 이름보다 성분과 효능, 후기, 구매 편의성을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시장의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K뷰티 시장에서는 온라인 기반 인디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소형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과 콘텐츠 확산 속도를 앞세워 시장 흐름을 흔들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도 과거처럼 인지도와 유통망만으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다만 조직 개편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과 유통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 채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단기 매출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 1분기 뷰티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이는 브랜드 재정비 작업이 아직 비용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뜻한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중국과 면세 시장이 과거처럼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새로운 성장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장기 경쟁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이선주 대표의 승부처는 브랜드 선별 능력과 실행 속도다"며 "어떤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고 어떤 제품을 시장 대표 상품으로 키워낼지에 따라 LG생활건강의 다음 성장 흐름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거 진단했다. 이어 "LG생활건강은 ‘후 하나의 시대’에서 ‘여러 성장 브랜드의 시대’로 넘어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선주 대표의 브랜드 재편 시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