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에 대한 약 12조원 규모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했다. 2021년 첫 납부 이후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를 이어온 결과다. 이번 삼성일가의 상속세는 단일 상속 사례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재계에서는 이번 완납으로 이 선대회장 별세 이후 진행돼 온 상속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20년 10월 별세했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2021년 4월 국세청에 상속세를 신고했다.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을 포함한 유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는 약 12조원으로 산정됐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나눠 납부했다. 2021년 1차 납부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세금을 납부했다. 신고 당시 밝힌 원칙에 따라 납부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의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규모 상속세를 제도에 맞춰 계획적으로 이행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12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는 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단일 가문 기준으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는 연간 상속세 세수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해당 재원은 복지와 보건, 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재정 기반으로 이어진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 활동을 통해 축적된 부가 세금 형태로 환원된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상속세 납부와 별도로 유족들은 의료와 문화 분야에서 대규모 사회공헌도 병행했다. 2021년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원을 출연했다. 이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1000억원은 연구 인프라 확충에, 나머지 1000억원은 감염병 연구 지원에 투입된다.
중앙감염병병원은 오는 2030년 서울 중구에 150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병원은 진료 기능과 함께 감염병 대응 교육·훈련, 고위험 감염병 임상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체계 강화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 자금이 국가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아 지원 사업도 이어졌다. 유족들은 서울대학교병원에 3000억원을 출연해 진단과 치료, 연구 인프라 구축을 지원했다. 이 사업에는 전국 200여개 기관과 의료진이 참여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수혜자는 2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 기부 사업으로는 규모와 지속성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 분야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유족들은 국보급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품을 포함해 총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미술계에서는 기증 작품의 가치가 최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작품이 국내에 남게 되면서 문화 자산의 공공적 활용 기반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은 2021년부터 순회 전시를 통해 대중 접근성을 높여 왔다. 현재까지 35차례 전시가 진행됐다. 누적 관람객도 350만명을 기록했다. 전시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 영국박물관 등 주요 기관으로 순회가 이어지며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상속세 완납과 기부, 미술품 기증을 두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이 세금과 공익, 문화 환원이라는 방식으로 정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대규모 자산 이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보여준 사례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향후 유사한 규모의 자산 이전에서도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