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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워치] K-뷰티 공식 다시 쓴 에이피알 김병훈..."3500달러로 시작해 ‘타임 100’까지"

화장품에서 디바이스로…소비 방식 바꾼 ‘홈케어’ 전략
해외 매출 80%·연매출 1.5조…글로벌 중심 사업 구조 정착
투자·기술·브랜드 삼각축…속도 이후 경쟁은 ‘구조’에서 갈린다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에이피알 김병훈 대표의 성장 서사는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분류하기 어렵다. 기존 화장품 중심 산업 구조에서 출발했지만, 사업의 방향은 제품이 아닌 소비 방식의 변화에 맞춰 설계됐다. ‘바르는 화장품’에서 ‘관리하는 뷰티’로의 전환을 먼저 읽어낸 전략이 기업의 성장 궤적을 바꿨다.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이 사례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김 대표가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창업한 에이피알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된 것이다. 에이피알은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스페이스X 등과 함께 ‘거장(Titans)’ 부문에 포함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며, 뷰티 기업으로도 처음이다. 기술 기업 중심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단순 소비재 기업을 넘어 ‘플랫폼형 소비 기업’으로의 위상 변화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산업 경계를 넘는 기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김병훈의 출발은 작았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3500달러 수준의 자본으로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초기부터 접근 방식은 기존과 달랐다.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보다 온라인 채널과 데이터 기반 운영에 집중했다. 자사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보하고, 이를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빠르게 반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이후 글로벌 시장 확장의 핵심 자산으로 작용했다.

 

전환점은 ‘메디큐브’와 뷰티 디바이스였다. 김 대표는 화장품만으로는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피부 관리 기기를 결합한 홈케어 시장에 주목했다. 단순 구매에서 반복 사용으로 이어지는 소비 구조를 만든 점이 핵심이다. 제품 판매가 아니라 사용 경험 자체가 수요를 확대하는 구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기존 화장품 산업과 차별화됐다.

 

김대표는 성과를 수치로 입증됐다. 에이피알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273억 원, 영업이익 3654억 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0% 중반대를 유지했다.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 구조다. 같은 해 4분기 매출은 5476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업 구조 역시 빠르게 재편됐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80%를 넘어섰고, 일부 분기에서는 87%까지 확대됐다. 북미를 중심으로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채널이 동시에 성장한 결과다. 특히 메디큐브는 소셜미디어 기반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콘텐츠 소비가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유통 전략에서도 단계적 확장이 효과를 거뒀다. 자사몰과 SNS를 통해 초기 수요를 확보한 뒤, 아마존과 울타 뷰티 등 오프라인 채널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메디큐브는 아마존 ‘프라임 데이’ 뷰티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또 미국 내 1,400여 개 매장에 입점하며 유통 기반을 빠르게 넓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구조가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의 경영은 제품과 채널을 넘어 투자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화장품 제조사 ‘노디너리’에 대한 초기 투자는 약 3년 만에 600% 수준의 수익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 생산 파트너와의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관련 원천 기술 확보와 생산 인프라 구축, PDRN 기반 소재 투자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장했다. 이는 브랜드 중심 기업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의 앞날에 고속도로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빠른 성장 이후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지역별 규제와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브랜드 확장과 수익성 유지 사이의 균형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뷰티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성과를 ‘전략 전환의 결과’로 본다. 화장품 기업이 아닌 뷰티 테크 기업으로 방향을 설정한 선택이 시장 변화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같은 모델이 단기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한다. 에이피알 사령탑 김병훈 대표의 지난 11년이 속도의 기록이었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그 속도를 지탱할 탄탄한 구조를 수립하고 실행해야한다고 업계의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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