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등 주요 배달앱의 불공정 약관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특히 쿠팡이츠가 소비자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한 조항에 대해 공정위는 “거래 실질과 맞지 않는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입점업체의 실질 매출이 아닌 금액에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쿠팡이츠)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입점업체 이용약관을 심사한 결과, 총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고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기준 조항에 대해 60일 이내 수정·삭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중개·결제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이로 인해 입점업체가 자체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할인액만큼 매출이 줄어드는 데도 할인 전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다. 예컨대 2만원짜리 메뉴를 5000원 할인해 판매할 경우, 실제 결제액은 1만5000원이지만 쿠팡이츠는 여전히 2만원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매겼다. 실질 수수료율이 10%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수수료는 거래 중개에 대한 대가이므로 실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입점업체에 불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다른 배달앱은 할인 후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쿠팡 역시 쇼핑몰(쿠팡) 부문에서는 할인 후 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는 “서비스 초기부터 동일한 수수료 산정 방식을 유지해왔으며, 입점업체에 이를 사전에 고지했다”고 주장하며 시정 권고에 대해 공정위 절차에 따라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시정 이행 여부를 60일간 확인한 뒤, 불이행 시 ‘시정명령’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번 점검에서는 수수료 외에도 △배달 노출거리 제한 △대금 정산 보류·유예 △약관 변경 통지 △리뷰 삭제 등 10개 항목에서 불공정 소지가 드러났다. 공정위는 배달앱이 악천후나 주문 폭주 등을 이유로 가게 노출 거리를 일방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유 명시와 사전 통지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 양사는 입점업체의 판매대금을 일방적으로 보류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수정한다. 공정위는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구체화하고, 유예 시 입점업체의 소명 기회를 보장하며, 플랫폼 귀책으로 정산이 지연될 경우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계약 종료 시 판매대금 일부를 예치할 수 있는 조항 역시 삭제된다.
아울러 배달앱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거나 축소하는 조항을 수정하고,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 변경 시 충분한 통지 기간을 두도록 했다. 입점업체가 작성한 리뷰를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조항에 대해서도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배달앱 시장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바로잡고, 입점업체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배달앱 사업자의 책임성을 높여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