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태광산업이 트러스톤자산운용 황성택·이성원 대표이사 등 3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3일 트러스톤이 태광산업 이사회와 이사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겨 회사와 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태광산업의 설명이다.
고소로 이어진 직접적인 쟁점은 태광그룹 계열사 간 협의기구의 역할이다. 트러스톤은 공개서한에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를 그룹 경영을 좌우하는 ‘유령과도 같은 기구’라고 표현했다. 태광산업 이사회가 경영협의회에서 정한 내용을 사실상 추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태광산업은 현재 경영협의회라는 명칭의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열사 간 협의기구 명칭을 지난해 8월 ‘경영지원협의체’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 협의체는 계열사 간 협력과 시너지 제고를 위해 운영되는 조직으로, 각 계열사의 경영 의사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던 시기와 현재의 경영 체계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당시 경영협의회가 맡았던 역할을 현재의 경영지원협의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러스톤은 경영지원협의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출범 이후 그룹에 도움이 된 기록을 찾기 어렵다며 태광산업 경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경영협의회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실제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회사 측에 답변을 요구했다.
주주권 행사 가능성도 공개서한에 담겼다. 트러스톤은 30일 이내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회계장부 열람·등사와 주주대표소송,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이 이 같은 조치를 거론하면서 이사들의 업무 수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교환사채와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추진됐다가 철회된 3186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 과정에 경영협의회가 관여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따졌다. 기업가치 제고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4일 트러스톤이 과도한 가격의 공개매수를 요구하는 등 주가 부양을 압박하고 사업재편을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트러스톤은 공개매수 방안이 회사 측 요청을 받아 검토한 대안이었다고 맞섰다. 애경산업과 동성제약 인수에도 반대하지 않았으며, 이사회 답변을 확인한 뒤 추가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지분 변동도 양측이 내놓은 주장에 포함됐다. 트러스톤은 2021년 6월 태광산업 지분 5% 취득을 신고한 뒤 일부 주식을 매각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보유 지분은 1.3%다. 태광산업은 지난해와 올해 트러스톤이 주당 80만원 수준에서 약 175억원어치 주식을 처분해 약 2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태광산업은 근거 없는 주장과 의혹 제기로 회사와 이사들의 정상적인 업무가 방해받고 있다며 이번 고소에 나섰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경영지원협의체의 역할과 이사회 독립성을 문제 삼으며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트러스톤은 근거 없는 주장과 의혹 제기로 태광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과 투자 활동을 반복해서 방해하고 있다”며 “건전한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명백하게 벗어난 주주권 남용으로 판단해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