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SK이노베이션과 한국수력원자력이 투자한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상업용 첨단 원자력 발전소 건설 승인을 받았다. NR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을 허가한 것은 약 10년 만이며, SMR 등 첨단 원전의 건설 승인이 내려진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다.
이번 승인에 따라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세계 최초 상업용 SMR 플랜트 건설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회사는 오는 2030년 실증로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SK이노베이션과 한수원과 함께 글로벌 SMR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NRC 승인으로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 기술은 안전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상업화 일정과 글로벌 사업 확대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차세대 원전 기업으로,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끓는점이 약 880도에 달하는 액체 나트륨 냉각재를 활용해 기존 원전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할 수 있어 발전 효율이 높고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을 기존 대비 약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차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특히 테라파워의 SMR은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부하 추종 운전’이 가능하다.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보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SMR 기술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일찍부터 테라파워와 협력을 이어왔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8월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이후 SMR 기술 상용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지속해 왔다.
이어 2023년 3월에는 SK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가 차세대 SMR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회사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4세대 SMR의 실증과 상업용 원자로 개발을 비롯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 경쟁력과 한수원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운영 경험을 결합해 국내외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SMR 기반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상황이다. SK는 SMR을 활용한 맞춤형 통합 에너지 솔루션을 통해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2026’에서 “AI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에너지 확보”라며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구축하는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AI 산업이 창출할 막대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MR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최 회장이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서울에서 만나 SMR 등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현재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미국 원자력 산업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며 “이달 내 상업용 SMR 플랜트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장은 “미국에서 최초로 4세대 SMR 건설이 승인된 것은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한수원과 함께 테라파워와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상업용 SMR 플랜트 건설과 글로벌 SMR 공급망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