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헐값 거래’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간 경영협력계약에 대해 법원이 계약 실체를 공개하라고 결정했지만, 계약서를 보유한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에 불복하면서 구체적인 내용 공개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 고문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결정에 불복해 최근 즉시항고를 제기하고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말 KZ정밀(옛 영풍정밀)이 영풍과 장 고문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장 고문은 영풍과 MBK 측 계열사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간에 체결된 경영협력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했으나, 항고 제기로 절차가 중단됐다.
문서제출 대상은 지난해 9월 영풍과 장 고문이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BK 측과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해당 계약을 두고 시장에서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MBK가 특정 가격에 매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공시에는 콜옵션 존재 자체는 명시됐지만, 행사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KZ정밀은 이 점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영풍 주주 자격으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으며, 배임 가능성을 문제 삼아 약 930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법원 결정대로 경영협력계약 내용이 공개될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약 구조에 따라 영풍·MBK 측이 내세워 온 ‘주주가치 제고’ 명분이 약화될 수 있고, 장형진 고문과 영풍 이사회에 대한 배임 책임 여부가 주주대표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콜옵션 행사가가 낮게 설정돼 있을 경우, 영풍이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000억 원 안팎의 배당금을 수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 연속 적자와 현금 창출력 저하를 겪는 상황에서 해당 배당금은 회사 운영에 중요한 재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자산에 대해 특정 상대방이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오는 3월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 연합의 법적·도덕적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문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할 경우 이를 즉각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항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계약 공개가 상당 기간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MBK는 지난해 10월 자료를 통해 “콜옵션 행사가격은 고려아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합의된 고정 가격”이라며 “공개매수가 상승할수록 행사가가 낮아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