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마무리한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고환율,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계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6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전략과 중장기 방향성을 점검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이 참석하는 전략회의를 통해 사업 목표와 투자 방향을 논의해 왔다. 올해 역시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 전환을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만큼, 내년 전략의 핵심에도 AI가 자리할 전망이다.
DS부문에서는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사업부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를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설계와 공급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외에도 구글 TPU 등 다양한 AI 칩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객별 특성에 최적화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엑시노스 2600 판매 확대 전략과 함께 이미지센서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한 기술·수율 개선 방안을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2나노 공정 양산 안정화와 함께 내년 도입될 엔비디아 GPU 5만장의 활용 방안도 주요 안건으로 거론된다.
DX부문은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군에서 AI 기능 고도화와 글로벌 판매 전략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AI 기반 사용자 경험 차별화와 고환율 환경에 따른 리스크 헤징 전략, 미중 관계 변화에 따른 중국 시장 전략 재검토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들도 잇따라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른 그룹들도 불확실성 속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주 사장단 인사 후 본격적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우선 공급망 다각화와 탄력적 생산·판매 등 시장별 전략을 통해 미국 관세에 대응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및 수소 전기차 출시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 EREV 등을 앞세워 전체적인 친환경차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으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엔트리,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함해 1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기아는 2030년까지 10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소 및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수소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에 참여해 수소 사업과 관련 차량 및 수소 충전 시연 등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수소 사업에 대한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내년 중 미국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차량 개발 및 테스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초 연례 행사인 CEO 세미나를 열고 내년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개선(O/I)을 지속 추진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들은 멤버사별 AI 추진 성과와 과제를 공유·점검하며 그룹 차원의 AI 실행력과 협업 시너지 제고 방안에 뜻을 모았다. SK는 메모리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핵심 축으로 삼아 다가오는 AI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AI 관련 전담 조직을 출범했으며, SK하이닉스는 지역별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했고 SK이노베이션은 CEO 직속 AX단을 꾸렸다.
LG그룹은 지난 10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최고경영자(CEO) 40여 명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구 회장과 CEO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생존이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내년에 중점 추진할 핵심 과제를 심도 있게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 등 신성장 사업 육성과 AX(AI 전환) 가속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회의에는 신임 CEO로 선임된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김동춘 LG화학 사장,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도 참석했다. LG전자는 오는 19일 류 CEO 주관으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경영 불확실성 돌파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과 지정학 리스크, 수요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복수의 시나리오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대부분 기업이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를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