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현수막 철거 업무방해 아니다”…대법, 재개발 추진위원장 무죄 취지 파기환송

  • 등록 2025.10.17 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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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의사표현은 ‘업무’ 아냐…의견 충돌에 형사처벌 신중해야”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입장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철거한 행위를 두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논란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한 현수막 철거는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서울 영등포구 한 재개발추진위원장 신모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등포구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추진위원회와 지주협의회가 대립하던 중, 지주협의회장은 주민총회 참석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3개를 지역 내에 설치했다. 이에 신 씨는 해당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현수막 설치는 일시적인 의사표현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지주협의회의 의견을 전달하는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란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기초해 계속적으로 수행되는 사무 또는 사업을 의미한다”며,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현수막을 일시적으로 설치한 행위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이 사건 현수막은 지주협의회의 본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활동이라기보다 주민총회 불참을 권유하는 단발적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이를 철거한 행위를 두고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현수막 설치가 계속적인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행해졌는지 여부는 업무의 성격, 시기, 장소,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판단은 다시 원심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의견이 충돌하는 단체 간의 표현 행위가 어디까지 ‘업무’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반대 의견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행위를 방해한 것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성미 기자 hherl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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